▲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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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드립니다."

24일 정오를 갓 넘긴 시각 서울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앞. 이날 열린 한국노총 26대 임원선출을 위한 선거인대회에 출마한 두 개 후보조 네 명의 후보들은 보는 사람마다 뜨겁게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건넸다. 20년 만에 치러진 맞대결답게 열기는 뜨거웠다. 대회장 주변은 질서정연하게 정돈돼 있었다. 출입구를 바라보고 왼편에는 기호 1번 김주영 위원장 후보와 이성경 사무총장 후보가 내건 파란색 펼침막이 선거인단을 맞이했다. “한국노총의 횃불이 되겠습니다”는 글귀가 쓰여 있다. 기호 2번 김만재 위원장 후보와 이인상 사무총장 후보는 반대쪽에서 “거침없는 정면돌파, 노총 70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개혁후보”라는 문구로 선거인단에게 자신을 어필했다.

후보들 각각 '개혁'과 '화합' 앞세워

공식 행사 시작 시간은 오후 1시였지만 20분 전부터 선거인단의 대회장 입장이 시작됐다. "힘찬 박수 소리와 함께 선거인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사회를 맡은 조기두 한국노총 조직강화처장의 말에 실내체육관이 함성으로 들썩였다.

대회 시작 20여분이 흐른 뒤 김현중 한국노총 선거관리위원회 대표위원이 대회 시작을 선언했다. 김 대표위원은 선거인단의 동의를 얻어 현장에서 감표위원을 선정했다. 감표위원은 선거인번호 100번부터 100단위로 2천번까지 총 20명으로 구성됐다. 곧 후보자 소개가 이어졌다. 중간중간 예고 없이 “김주영”과 “김만재”를 외치는 함성이 스탠드에서 터져 나왔다.

“연호를 너무 오래하면 후보의 (연설)시간을 잡아먹습니다. 짧고 굵게 3번만 해 주세요.” 정견발표를 앞두고 조기두 조직강화처장이 장내 흥분을 가라앉혔다.

정견발표는 사전 추첨에 따라 기호 2번부터 시작됐다. 김만재 후보는 “타임오프로 한국 노동운동에 족쇄를 채운 것이 어느 집행부였는지 조합원들이 심판을 해 주셔야 한국노총의 미래도 있다”며 “9·15 노사정 합의를 누가 반대하고 누가 저지했는지를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인상 후보는 “위기 때마다 권력·자본과 야합을 해 온 아픈 역사를 떨치기 위해 한국노총 민주개혁세력이 기호 2번으로 단일화했다”며 “조합원 뒤통수 치는 집행부가 아니라 강력히 싸울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등 두드리고, 손 맞잡고…

김주영 후보는 “화합”을 앞세웠다.

김주영 후보는 “정치로 사분오열하고, 현장의 갈등이 선거 때마다 표출돼서는 투쟁도 협상도 못 한다”며 “더 이상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조합원들의 열망을 받들어 한국노총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올바른 한국노총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다.

이성경 후보는 무대에 올라 서류봉투 하나를 치켜들었다. “김만재 후보의 비위 사실을 담은 제보가 담겼지만 조직 통합을 위해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봉투를 찢어 버렸다. 금속노련 스탠드쪽에서 야유가 나왔다.

곧 투표가 시작됐다. 약 30분간 진행됐다. 감표위원들과 각 후보측 참관인들만 무대에 올랐다. 커다란 단상 위로 4개의 투표함에 담긴 투표용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3시15분께 무대 위 누군가가 공공노련 스탠드를 향해 손짓을 하자 "김주영"을 연호하는 함성이 쏟아졌다. 사회자가 자제를 요청했지만 간간히 터지는 함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김현중 대표위원이 공식적으로 김주영 후보조의 당선을 선언했다. 김주영 당선자측은 무대 왼쪽에서 망연히 서 있는 김만재 후보조측으로 다가갔다. 서로 어깨를 두드리고 악수를 했다. 네 사람은 곧바로 무대에 올라 나란히 손을 맞잡았다. 함께 손을 치켜드는 순간 큰 함성과 함께 폭죽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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