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한국노총 선거인단은 통합과 안정 속 개혁을 택했다. 24일 오후 한국노총 정기선거인대회에서 조직 통합과 소통을 내세운 김주영-이성경 후보조가 선거인단 60.2%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조직 통합이 우선"

김주영 당선자가 한국노총 내 온건·중도개혁 성향으로 꼽히는 데다 선거 기간 통합과 소통을 주요 기치로 내세운 만큼 사실상 보수-개혁 진영으로 나뉘어진 노총 내부를 어떤 방식으로 통합할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김 당선자는 당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노총이) 산별을 중심으로 갈라진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산별들을 찾아가 만나거나 회의체를 통해 마음을 달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조직 통합 다음으로 박근혜 정권 심판과 친노동자 세력으로의 정권교체를 약속했다. 그는 "현재 특정 정당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 서민 대중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정당이 있다면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영 당선자는 선거 기간 대선방침을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당선자측은 조만간 '대선특별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대선 준비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대선특별팀에서는 주요 대선 주자에게 한국노총의 주요 정책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등 후보별 정책검증에 나서는 동시에 지지후보 결정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 실무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 결정을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하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하냐는 의견도 있지만 한국노총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ARS 조합원 총투표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한국노총 지지후보로 결정한 바 있다. 실무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기울어진 운동장' 노사정위 복귀 생각 없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노사정 대화 복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현재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인 노사정위 구조에서는 한국노총이 굳이 복귀할 생각이 없고 논의할 의제도 없다는 것이다.

김 당선자는 "고용노동부나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의 입김을 벗어날 수 있는 노사정위원회가 되거나 총리실이나 대통령 직속기구 정도는 돼야 신뢰할 수 있지 않겠냐"며 "지금은 (노사정위 복귀 문제보다는) 재벌들이 돈을 지원해 만든 법안을 어떻게 한국노총의 힘으로 막아 내고 폐기시킬 지가 더 중요한 현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25대 임원선거 때보다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던 양대 노총 공조 부분에 대해 김 당선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운동방식에 조금 차이가 있는 부분을 어떻게 좁혀 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며 "그동안 한국노총이 많은 욕을 먹어가면서도 사회적 대화를 해 왔지만 한국노총도 계속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에 언제든 (민주노총과) 공조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노총 임원선거는 양자 대결로 치러지면서 박빙의 승부를 예상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특히 상대 후보조인 김만재-이인상 후보가 또 다른 위원장 후보군으로 꼽히던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과 막판 단일화를 이루면서 '진보개혁세력 단일화' 시너지가 얼마만큼 선거인단의 표심을 자극할지 주목됐다. 실제 뚜껑을 열어 보니 바람은 잠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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