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산하 산별노조 간부가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해 "한국노총은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한국노총은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17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사이트에 "펌. 한국노총이 박근혜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지난 7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서 자신을 "한국노총 중간간부"라고 소개한 남성의 발언을 찍은 영상이다.

44초간 찍힌 영상에서 이 남성은 "민주노총은 촛불집회의 선봉대"라며 "여러분 한국노총이 큽니까, 민주노총이 큽니까"라고 외쳤다. 그는 이어 "한국노총은 조합원이 100만명이고, 민주노총은 60만명"이라며 "한국노총은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 한국노총 100만 조합원은 우리 애국 시민집회를 열렬히 응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집회 참석자가 찍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해당 영상은 이날 현재 100회 넘게 리트윗(공유)됐다. 영상을 올린 사람은 "한국노총 간부가 나와서 발언할 때 엉뚱한 소리 할까 봐 조마조마 봤는데 박근혜 대통령님 탄핵반대 집회에 100만 조합원이 참석해서 적극 지지하겠다는 소리 듣고 얼마나 고마운지"라는 글을 올렸다. 리트윗한 팔로어들은 "탄핵반대에 동참한 한국노총 환영한다"거나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됩니다" 등의 글을 올렸다.

급기야 지난 16일 밤 한국노총 노조 대표자들이 가입해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까지 영상이 올라오면서 한국노총 내부가 발칵 뒤집혔다. 영상의 주인공은 철도사회산업노조 간부 김아무개씨로 확인됐다.

김씨는 이날 <매일노동뉴스>에 "조합원 10여명과 강남 코엑스 앞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시청 앞 마무리 행사까지 갔는데, 엉겹결에 무대에 나가 개인 의견을 말한 것"이라며 "한국노총이라고 해도 지지하는 세력은 있는 거잖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순간적으로 흥분을 해서 한국노총 100만 조합원을 언급한 건 실수"라며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김씨는 조만간 한국노총에 소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본인의 얘기는 참조하겠지만 한국노총의 공식입장과 다르고 조직의 명예에 해를 끼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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