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체불임금액이 1조3천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9.7% 증가했다. 체불임금 규모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조3천438억원을 기록한 뒤 감소하다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기구 설립이나 조정기능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부가 21일 오후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개최한 ‘임금체불 개선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체불임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왔다.

“체불 노동자 지원기구 필요”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금체불 개선을 위한 행정시스템 개편방향’을 발표하면서 가칭 ‘임금지급보장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노동자 체불임금을 공적기관인 임금지급보장기구가 우선 지급한 뒤 해당 기구가 사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정한 소득 수준 이하인 노동자에게 6개월간 긴급지원을 하고, 체불임금 개선을 위한 각종 연구·교육·홍보사업을 시행하는 것도 새 기구의 기능이다.

이 교수는 “근로자 입장에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민사소송 절차를 밟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근로자의 소송 부담을 줄여 주고, 근로감독관의 행정부담도 줄여 줌으로써 임금체불 규모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근후 변호사(법무법인 정률)는 “현재 체당금 제도도 체불 근로자에게 대신 임금을 지급하고 사업주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새 기구 설립에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표대중 공인노무사(노무법인 길)는 “우리나라에 체불임금이 기형적으로 많은 것은 사후 구제절차가 부실해서가 아니라 체불임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경제상황, 사업주들의 안이한 인식 때문”이라며 “임금지급보장기구 설립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근로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근로감독청을 신설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체불임금 노동자의 민사소송도 대행할 수 있는 기구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노동부 행정에서 근로감독 기능을 독립시킨 뒤 근로감독관 정원을 확대하고 전문성·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정·중재 기능 강화해야”

체불임금 분쟁에 대한 조정·중재 기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이승욱 교수는 개별 노동자들의 임금·고용 분쟁 해결을 위해 ‘개별적 노동분쟁 해결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가칭)한국노동분쟁조정중재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증가하는 개별 분쟁은 양 당사자의 이해와 납득을 배경으로 한 자치적인 해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체불행정시스템 개편과 연계해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위원회에 사전조정·중재기능을 부여하자는 제안도 눈에 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임금체불에 대한 형사처벌이 사업주의 임금체불 방지에는 효과가 있지만 근로자가 얻게 되는 실익은 제한적”이라며 “노동자와 사용자가 형사소송으로 가기 전에 조정이나 중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임금체불에 대해 체불액의 2~3배를 내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강조했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노동법원 신설을 통한 분쟁조정 제도개선 방안을 주문했다.

정지원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오늘 논의된 사항과 현장 의견을 수렴해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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