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원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온 나라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권한 없는 자와 능력 없는 자가 뒤엉켜 국정을 농단한 사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나란 안 혼란은 고스란히 공공기관에서 재현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내가 만난 노동자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그는 공공기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많은 기관장을 접했고, 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여직원을 성추행해 구설수에 오르는가 하면, 온갖 비리로 불명예스럽게 쫓겨난 사례도 있었다.

공공기관 대표자로 누가 오느냐에 따라 그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인해 직원들은 눈치 보기 등 혼란을 경험한다. 해당 분야 지식이 전무하거나 노동자 권리에 대해서는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대표자가 허다할 것이다. 그 노동자는 이번에 온 기관장을 한마디로 “사이코”라고 간단하게 개념 정의했다.

이번 기관장을 최순실의 사람이라고도 했다. 부임한 시점이 국정농단 시기와 겹치기도 하거니와 마치 현 기관에서 하는 행태가 청와대의 최순실과 견줄 만하다고 했다. 기관장은 부임하자마자 비리를 적발한 감사팀장을 권고사직시키는가 하면, 노동조합 위원장을 대기발령시키는 초유의 사건을 저질렀다. 타임오프로 노조활동을 하고 있던 위원장을 대기발령시킨 후 2층 회의실에 대기하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유급전임자를 대기발령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기관장은 한술 더 떴다. 교섭대표노조인 이 사건 노동조합과 사측 간에 1년여 시간을 끌며 어렵게 단체협약을 체결하더니 곧바로 다음날 기업노조를 만든 것이다. 교섭권도 없는 신생노조와 단박에 교섭을 하고 뒤이어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며 현수막까지 걸고 협약식을 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걸려 어렵사리 쟁취한 노조의 성과물을 기업노조는 단 며칠 만에 사용자에게서 선물받은 것이다. 이것이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면 무엇인가. 기관장은 얼마 전 공공운수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한 지금의 민주노조를 기어이 기관에서 몰아낼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대기발령에 이어 위원장을 정직 3월의 중징계에 처했다. 다행히 정직 처분이 부당하다는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일반인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정직 3월이 부당하다는 판정에도 이행강제금을 물면서까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것에 더해, 3월의 정직기간을 마치고 복귀하자마자 또다시 대기발령을 내린 것이다. 복귀하려는 위원장에게 직장을 그만둘 것을 정중히 요구한 것은 덤이었다.

아마도 이번 대기발령은 3개월을 넘길 것 같다. 그리고 3개월간 보직을 부여받지 못했다고 하면서 당연면직 수순을 밟을 듯싶다. 답답하지만 어쩌겠나. 공공기관의 장은 그럴 만한 힘과 돈을 집행할 수 있고 이를 견제할 장치가 어디에도 없지 않는가.

묻고 싶다. 청와대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기관장이 현재의 공공기관이 이만큼 자리를 잡는 데 어떠한 기여를 했고, 그러한 권한을 누구로부터 부여받았는지. 어차피 권력이 바뀌면 떠나갈 처지 아니던가.

공공기관 정상화는 성과연봉제나 쉬운 해고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관장의 정상화가 그 첫걸음이고, 이를 견제할 노조의 힘이 우선시돼야 한다. 이번 기회에 촛불의 힘으로 공공기관에 드리워진 최순실의 그림자를 걷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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