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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그날] “위대한 시민이 이겼다”국회 탄핵 가결 소식에 눈물과 웃음 … 축제의 장으로 변한 국회 앞
이은영  |  ley141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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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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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본회의 방청을 마치고 나온 세월호 유가족들이 정문 밖에서 기다리던 가족들과 인사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와!”

환호성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용수철 튕기듯 몸을 일으켜 뛰어올랐다. 아이처럼 폴짝폴짝 뛰거나 흥에 겨워 제멋대로 춤을 췄다. 몇몇은 손을 맞잡고 강강술래 하듯 빙빙 돌았다. 지난 9일 오후 4시10분께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풍경이다.

이날 오후 3시 국회는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의 제안설명을 시작으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표결에 들어갔다. 시민 2만여명이 전국 각지에서 국회로 향했다. 오후 3시24분 탄핵안 표결 시작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목이 터져라 목청을 높였다. “박근혜를 탄핵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의원들의 투표 모습이 전해지자 시민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민들은 구호를 외치면서도 시선을 스크린에서 떼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국회 앞은 사람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노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따라 부르며 춤을 췄다. 서로 얼싸안고 뛰었다. 서로의 눈물을 닦아 줬다. 국회 앞은 축제의 장이었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축제의 날, 주권 실현의 날

최유정(20)씨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난다”는 그는 “박근혜 탄핵은 국민이 만든 결과고, 오늘 비로소 저의 주권이 실현된 것 같아 정말 좋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이겼다” 소리가 들렸다.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국회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지인에게 탄핵 가결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전남 장흥에서 올라온 고석주(64)씨는 탄핵 가결 소식을 가장 먼저 딸에게 알렸다.

고씨는 "지나온 인생 중 가장 통쾌한 날"이라며 "정치는 썩었지만 국민은 승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 대통령은 ‘모든 건 제 책임’이라고 말하며 눈물로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안에는 ‘세월호 7시간 직무유기’가 포함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누구보다 탄핵안 가결을 기뻐했다. 유가족들의 얼굴엔 웃음와 눈물이 교차했다. 유가족 윤옥희씨는 "이제 (박근혜 대통령) 구속수사를 해야 한다"며 "정부를 바로잡기 위해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윤씨는 "박근혜가 구속되면 진짜 기쁠 것 같다"고 했다.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의 곽보임(43)씨는 “정의가 실현된 것 같은 느낌”이라며 “세월호 피해자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결과가 나왔고, 이제야 유가족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지금부터 시작이다 … 헌법재판소로”

가족과 함께 나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심용섭(35)·송숙빈(33)씨는 5개월 된 아이와 함께 국회 앞을 찾았다. 심씨는 탄핵안이 가결되는 현장에 가족과 함께하려고 연차를 냈다. 그는 “역사의 현장을 아이와 함께 보고 싶었다”며 “잘못된 것을 바꿀 수 있는 시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 56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을 두고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며 “아이가 커서 살아가는 세상은 상식이 통화는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도 국회 앞에서 탄핵안 투표를 지켜봤다. 박 시장은 “위대한 일을 여러분이 해냈다”며 “위대한 국민혁명, 완전한 시민혁명을 이뤘다”고 소리쳤다. 박 시장이 “여러분이 낡아 빠진 적폐를 걷어냈다”고 말하자 시민들은 손뼉을 치며 화답했다.

시민들은 탄핵안 가결 소식에 흥분하면서도 냉정함을 유지했다. 대부분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눈길은 헌법재판소로 쏠렸다. 강예솔(19)씨는 “탄핵안 가결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헌법재판소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촛불집회에 함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아침이슬’을 불렀다. 이어 “새누리당도 박근혜를 버렸다” 혹은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국회 앞을 쉽사리 떠나지 못했다. 이날 ‘송파 닭치는 엄마들’은 추운 날씨에도 촛불을 든 시민들을 위해 미리 준비한 커피와 레몬티를 나눠 주며 “힘내시라”고 응원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국회 본회의 표결 전부터 ‘박근혜 즉각 퇴진-응답하라 국회 2차 비상국민행동’을 인근 국민은행 앞에서 열었다. 경찰은 국회 앞 도로 집회를 불허했다. 시민들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국회 정문 앞 인도와 도로 건너편 국민은행 앞 등 두 곳으로 갈라져 탄핵안 투표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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