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7.17 수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민변 노동위의 노변政담
시민혁명, 운명을 바꾸는 힘권영국 변호사(전 민변 노동위원장)
▲ 권영국 변호사(전 민변 노동위원장)

박근혜는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가권력을 최순실로 표상되는 친한 사람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켰고, 그 권력조차 비선실세라는 자들에게 넘겨줘 버렸다. 그로 인해 국가권력을 위임하는 대통령 선거제도는 존재 의미를 상실했고, 국무회의 등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모든 공적 의사결정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됐다.

청와대는 뇌물을 요구하는 범죄 소굴이자 비선실세들의 놀이터가 됐고, 내각은 받아쓰기하는 유치원으로 바뀌었고, 집권여당은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을 비호하는 ‘막가파’ 집단이 됐다. 강도를 잡아야 할 경찰은 범죄자 대통령과 그 수하들을 호위하는 홍위병이 됐고, 정의를 세워야 할 검찰은 권력자의 범죄를 덮어 주는 면책기계가 돼 국민을 탄압했다. 재벌들은 권력과 짬짜미가 돼 뇌물을 주는 대신 국민을 불행으로 내모는 사회경제정책을 요구했고 그들의 잇속을 챙겼다. 박근혜 정권은 일제침략과 군부독재를 이겨 내고 민주주의를 쟁취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과 긍지를 여지없이 짓뭉개 버렸다.

아, 이럴 수가. 국민은 권력의 실상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2016년 11월26일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서만 150만명의 시민들이 제5차 법국민행동에 모여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전국적으로는 190만명, 눈이 날리고 냉기가 겨울잠바 속을 파고드는 추운 날씨였음에도 주최측에서 예상했던 200만명에 육박했다. 87년 6월 민주화항쟁 당시 서울시청 주변을 가득 메웠던 100만명 기록을 갱신했다.

지난달 24일 JTBC가 최순실의 태블리PC에 저장돼 있던 헌정유린·국정농단의 기밀들을 폭로한 후 1개월여 만에 5만명(10월29일), 20만명(11월5일), 100만명(11월12일, 19일)을 넘어 200여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범국민행동은 단순히 정부 정책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집회·시위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2항 국민주권주의에 입각해 국민 스스로 권력의 주인·정치의 주체로 나선 것이다. 시민들 자신이 권력의 주인임을 선언하고 그 바닥을 알 수 없을 만큼 부패한 권력에 대항해 권력 위임을 철회하기 위한 장엄한 장정에 돌입했다. 진보보수·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손에 손에 촛불과 팻말을 들고 자신의 의사를 거리낌 없이 표현한다. 서울은 물론 지방의 도심을 발 디딜 틈 없이 메우고 있다. 청와대 인근을 제외한 주요 도로와 광장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주말은 이제 시민들이 거리와 광장으로 나와 이 나라의 권력과 미래를 결정하는 '거사의 날'이 되고 있다. 시민들 스스로가 권력의 주체임을 자각하고 잘못된 이 나라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항쟁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 지금 거리로 나선 국민의 촛불은 대통령의 불통을 나무라거나 집회·시위 통제를 비판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부패한 권력집단과 이를 비호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의 부조리한 지배세력을 추방하고 보다 공정하고 보다 평등하고 보다 민주적인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열망이 분출하는 ‘시민혁명’의 불꽃이다. 너무도 질서 있고 평화롭지만 너무도 단호하고 준엄하게 국가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라고 명령하는 시대적 요구를 담고 있다.

거리로 나선 국민의 분노와 함성은 그동안 권력에 복종해 청부수사를 일삼던 검찰의 태도를 바꿨고, 권력과 끊임없이 타협하던 제도정치권을 투쟁의 현장으로 끌어냈다. 나아가 새누리당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탄핵추진 선언,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비서관의 사표 제출, 국정교과서 정책에 대한 교육부의 일방적인 철회 시사 등 권력집단이 균열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이끌고 있는 ‘즉각퇴진운동’은 권력집단의 균열을 붕괴로 이끄는 가장 위력적인 투쟁이자 구심이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헌법에 두지 못한 제도적 결함으로 국민이 대통령 퇴진을 직접 결정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으나 날로 확대되는 국민의 분노와 열망은 이제 정권을 끌어내릴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 일취월장하는 국민의 집단지성과 참여 열기는 정략적 계산으로 좌충우돌하던 야권을 압박해 퇴진을 전제로 한 탄핵추진으로 입장을 통일시키고 박차를 가하게 만들었다.

탄핵이 청와대와 권력집단에게 시간벌기와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지만 국민의 퇴진운동 열기는 그 우려들을 불식하기에 충분하다. 지금 국회의 탄핵추진은 국민주권주의에 입각한 ‘즉각퇴진운동’의 폭발적인 열기에 기인한 것이므로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 성격을 갖는다. 퇴진운동의 제도적 완결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도 광장의 촛불이 더욱 타올라야 하는 이유다. 광장의 힘으로 이제 국가의 운명을 바꿀 것이다. 투쟁!

권영국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권영국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