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노조와 KBS본부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 KBS 인사개입과 보도통제 사항이 다수 있다고 공개했다. 왼쪽 화면은 비망록 내용 중 일부. 연윤정 기자
청와대가 사장·이사장을 비롯한 KBS 인사에 개입하고 보도를 통제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언론노조와 KBS본부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작성한 비망록에 KBS 사장 선임과 이사장 선출, 보도·시사 프로그램 대응 지시가 꼼꼼히 적혀 있다”고 밝혔다.

노조와 본부가 TV조선에서 넘겨받은 비망록에는 2014년 6월15일부터 같은해 10월15일까지 17번에 걸쳐 김영한 전 수석이 쓴 KBS 관련 메모가 담겨 있다. 비망록은 김 전 수석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 지시와 청와대 수석회의 내용을 적은 것이다.

본부에 따르면 그해 6월16일 메모에는 ‘KBS 상황 파악 플랜(plan) 작성’, 7월4일 메모에는 ‘KBS 우파이사-성향 확인 요(要)’라고 적혀 있다. 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길환영 KBS 사장 해임(6월10일) 직후 청와대가 6월18일 KBS 정기이사회를 앞두고 사장 선임에 대한 플랜을 세우라고 주문했다는 얘기다. 홍보수석과 미래전략수석이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재호 KBS본부 위원장은 “KBS는 6월23일부터 30일까지 사장공모(후보자 30명)를 거쳐 7월2일 이사회에서 후보를 6명으로 압축했다”며 “이 중 야당 추천 조대현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드러나자 여당 추천 이사들의 성향을 확인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7월9일 여당 추천 이사 2명의 반란으로 조대현씨가 사장으로 선임됐다.

7월11일 메모에서는 ‘면종복배’와 ‘KBS 이사’라는 대목이 나온다. 면종복배(面從腹背)는 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내심으로는 배반한다는 뜻이다. 결국 8월27일 당시 이길영 KBS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갑작스럽게 이사직을 사퇴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KBS <추적 60분> 천안함 보도와 관련해 방송통신위 중징계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KBS측이 승소하자 김기춘 비서실장이 수석들에게 방통위원장에게 항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노조와 본부는 특검 수사대상에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영방송 인사에 개입하고 통제했다는 의혹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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