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소망)

소음성난청은 탄광·석산·건설 직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걸리는 대표적인 직업병 중 하나다. 그럼에도 과거 이들 근로자들은 소음성난청으로 산업재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별표5)과 업무지침에 따라 "소음작업장을 떠났을 때, 즉 퇴직한 때 또는 소음부서에서 비소음부서로 옮겼을 때 장해보상 청구권이 발생하고 이때부터 3년 이내에 장해보상청구를 해야 하며, 퇴직 이후 3년 이내에 장해보상을 청구하지 않은 경우는 소멸시효가 경과돼 지급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난청 근로자는 난청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직업병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데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뒤늦게 산재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소음작업을 그만둔 지 3년이 지나 신청했고, 소멸시효 경과로 불승인됐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4년 "소음성난청과 관련한 시행규칙과 지침이 법령 위임 없이 장해급여 청구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으며, 청구권은 '퇴직한 때'가 아니라 난청 증상이 있음을 '진단받은 때' 발생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두7374 판결). 많은 난청 근로자들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또 한 번 좌절을 맛봐야 했다.

공단은 대법원 판결취지를 수용해 올해 1월 '소음성난청 업무처리기준'에서 소음성난청의 소멸시효를 "진단일로부터 기산한다"는 내용으로 변경했다. 산재보험법 시행규칙 소멸시효 관련 내용도 3월28일 삭제했다. 그러나 공단은 이번에는 "진단일로부터 3년이 경과했다" 혹은 "노인성 난청"이라는 이유로 산재를 불승인하고 있다. 이는 문제 소지가 있다.

첫째, 소멸시효가 지나게 된 것은 공단 탓이 크다. 과거 근로자들은 산재신청을 했다가 퇴직일로부터 3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불승인을 받았거나 또는 퇴직 후 3년이 지났기 때문에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공단의 안내에 따라 신청 자체를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 산재신청을 포기하는 대신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등록을 하려는 이들이 많았는데, 공단은 한 번이라도 장애진단을 받았거나 보청기 장착과 난청 검진을 위해 진료를 받았다는 것을 근거로 산재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위법한 업무처리기준 내용을 바꿔 놓고 이제 와서 다시 새로운 조건을 내걸어 수많은 근로자들을 다시 고통에 시달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등 전문가들 다수는 "소음성난청과 노인성난청은 의학적으로도 구별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소음 작업력이 충분함에도 고령임을 이유로 산재보상을 해 주지 않는 것은 문제 소지가 크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공단이 고령을 이유로 난청 근로자의 산재보상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공단은 올해 5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령별·근무기간별 청력역치 수준의 기준값을 소음성난청 진단시 보정값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그런데 연구용역은 "연령보정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초부터 난청에 대한 보상을 축소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산재보험법은 장해상태를 평가하는 데 연령이나 근무기간을 고려하지 않는다. 또 연령보정을 실시하면 이제까지 소음성난청으로 진단받았던 근로자의 60%가 소음성난청 요관찰자로 판정받아 보상받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근골격계질환 등 다른 질병과 달리 청력에 대해서만 보정값을 도입한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보정값을 도입하면 보상 대상자와 보상 범위가 축소될 게 뻔하다.

공단이 소음성난청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퇴직일에서 진단일로 변경한 것은 분명히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소음 작업력이 충분한 경우마저도 연령이 많아 노인성난청이라는 이유로 산재를 불승인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점은 시급히 시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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