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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ILERA 아시아지역회의를 가다] "조화로운 노동관계" 내건 중국, 기층 노동자 불만 제어할까시진핑 주석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실험 중 … 노사분규 급증, 공회 역할 의심받아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회장 김동원) 아시아지역회의(중국대회)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나흘간 중국 베이징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중국노동학회와 중국노동보험과학연구원이 주최한 중국대회에는 동북아시아 3국과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콩고·나이지리아 같은 아프리카에서 온 450여명의 노사관계 전문가들과 학생들이 참석했다. 37개 주제(토픽)를 정해 각 세션을 열고, 세션마다 3~6명의 학자들이 연구 성과물을 내놓았다. 이렇게 나흘간 134명의 학자들이 161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학자들의 관심사는 중국 노사관계에 집중됐다. 중국에서 대회가 치러진 탓도 있지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노동시장 변화가 흥미로운 연구주제이기 때문이리라. <매일노동뉴스>가 중국대회 모습과 중국 노동시장 쟁점을 소개한다.<편집자>

   
▲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주요 인사들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지역회의 개회식 뒤 한자리에 모였다.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대부분 20대로 보이는 청중들은 발표자들이 화면에 띄워 놓은 파워포인트 자료를 찍어 자신의 스마트폰에 담았다. 중국인민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에서 노동 관련 석·박사과정을 밟는 학생들이라고 했다. 전문가들과 학생들이 10월31일부터 나흘간 한자리에 모여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이어지는 강행군에도 발표에 집중하고 질문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매우 흥미로운 풍경이었다.

노동문제는 요새 중국에서 뜨거운 관심사다. 그만큼 노동 관련 학과도 인기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노사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대상 학문으로 삼는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중국 노동시장이 국가적 관심을 끌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중국대회에서도 정확하게 반영됐다. 중국대회에 참석하겠다고 등록한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회원 350여명 중 3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중국 학자들이었다. 홍콩·대만에서 참가한 중국계 학자를 더하면 300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중국 학자들 ‘harmonious labor relations’ 주목

harmonious labor relations(조화로운 노동관계).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아시아지역회의에서 발표된 논문에서 자주 언급된 용어다. 중국측 주요 인사들은 대회 시작 때부터 '조화로운 노동관계'를 강조했다.

구슈렌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은 “(이번 중국대회를 통해) 세계 경제발전과 조화롭고 안정적인 노동관계를 촉진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 한국 고용노동부 차관 격인 추샤오핑 중국인력자원화사회보장부 부부장은 대회 인사말에서 “중국은 사회경제적 전환기에 있다”며 “새로운 경제적 기준, 가속화하는 산업 구조개혁, 몇몇 산업과 기업의 경영난은 조화로운 노동관계와 노동력·사회 안정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밝혔다. 경제단체인 중국기업연합회의 황해송 부회장은 축사를 하면서 “조화로운 노동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과 의무”라고 표현했다.

고위급 인사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조화로운 노동관계를 언급한 것이다. 중국대회에서 중국 학자들이 발표한 상당수 논문도 “경제 전환기 조화로운 노동관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조화로운 노동관계가 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강조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화로운 노동관계는 후진타오 전 주석이 주창했던 ‘조화사회’에서 나왔다. ‘조화사회 건설’은 2006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16기 6중전회)에서 채택된 정책으로 후 전 주석의 통치이념이라 할 수 있다. 법치주의 완비나 빈부격차 축소, 사회보장제도 개선이 조화사회 건설방안을 담은 문건에 포함됐다. 임금인상을 강제하거나 법률을 정비하는 일이 여기에 속했다.

당시는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하면서 불평등 문제가 불거지던 시점이다. 농민공 문제가 불평등 문제의 중핵이 됐다. 중국은 호적제도를 통해 농촌 노동력이 도시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그런데 경제성장과 함께 둑이 무너졌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농촌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넘어와 떠돌이 노동자가 됐다. 이들이 '농민공'으로 불리는 비공식 노동자들이다. 2000년 745만명 수준으로 도시노동자의 36.9%였던 농민공은 2006년에는 1천321만명, 46.7%로 급증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저임금과 불안정 고용에 시달리는 주변부 노동자로 전락했다. 호적제도에 따라 도시-농촌 간 복지시스템과 공공서비스가 분리된 터라 이들은 사회적 보호에서 소외돼 있다. 중국에서 이주노동자(migrant worker)로 불릴 정도다.

도시노동자 상황도 좋지만은 않았다. 두양 중국사회과학원 교수(경제학과)가 최근 한국노동연구원 국제노동브리프에 기고한 보고서에 따르면 90년대 중후반에 도시지역 국유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도시지역 노동자 수천만명이 실직했다. 그중 상당수가 지속적인 실업상태에 처하게 됐다. 두양 교수는 “국유기업 근로자들이 실직 후 창업하거나 중소기업에 취업해 생산·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조화로운 노동관계를 표방하는 복잡한 속내

노동시장에 시장메커니즘이 도입되면서 불평등 문제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 전 주석의 조화사회 건설 정책에 따라 노동자 보호를 강화하는 입법이 가속화했다. 2007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노동 관련 3법이 통과됐다. 노동계약법(노동합동법)·취업촉진법·노동분쟁조정중재법인데 모두 2008년 시행됐다. 2011년 7월 시행된 사회보험법을 포함해 4대 노동입법으로 불린다.

노동계약법은 노동계약 서면체결을 의무화하고 수습·파견노동자 보호와 노동자 해고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취업규칙을 제·개정할 때 공회와 협의를 거치도록 했고, 공회에 단체협약 같은 집단계약 체결권을 줬다. 취업촉진법은 성별·지역·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평등한 취업환경을 제공하고, 취업난을 겪고 있는 노동자를 지원하는 근거를 담고 있다. 노동분쟁조정중재법은 기존 노동법이 분쟁해결에 장시간이 소요되고 노동자측에 과중한 비용을 부담시킨다는 비판이 일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정됐다. 기존 노동법에 따르면 2심제인 노동분쟁 사건은 중재 2개월, 1심 6개월, 2심 3개월 정도가 걸렸다. 제정안은 노동분쟁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소액사건이거나 노동기준과 관련한 분쟁은 중재위원회 판정으로 종결하도록 했다. 입증책임을 사용자가 부담하고 중재 비용을 무료화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외국자본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비용을 더 부담시켜 노동자들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었다. 그런데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중국에서 노동분쟁은 급진적인 양태로 급증하고 있다. 중국대회에서 류얀빈 중국노동보장과학연구원장은 ‘경제적 전환기 조화로운 노동과 고용관계 구축’ 발표문을 통해 지난해 기준으로 중재위원회에 올라온 노사분쟁 건수가 17만2천175건이고, 이 중 16만1천75건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중재위원회 역할을 설명하기 위한 수치지만 분쟁 건수가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쿵상훙 전 중국 광둥성 총공회 부주석은 노동연구원이 올해 6월 '변화하는 중국의 고용관계'를 주제로 개최한 국제콘퍼런스에서 ‘광둥성 노동관계 고찰’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광둥성에서 2014년 발생한 파업(141건)과 집단쟁의(1천251건)는 1천392건이었다. 광둥성은 산업화 역사가 길고 상대적으로 사기업이 많은 탓에 노동자들의 쟁의행위가 많다. 중국 전체 파업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광둥성의 파업과 집단쟁의는 2013년 1천401건(파업 274건·집단쟁의 1천127건), 2014년 1천302건(파업 256건·집단쟁의 1천46건)을 기록했다.

파업은 전에 없던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기존 노조와 뜻을 달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뜻하는 와일드캣 스트라이크(wildcat strike)가 급증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에는 사업장마다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공회가 있다. 하지만 노사관계에서 칭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노조가 아니다. 공회 간부는 공무원 신분을 갖고 노동자 보호와 동시에 생산성 향상 책무를 진다. 때문에 분규가 발생하면 노동자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중재자 역할을 한다. 게다가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법률도 없다. 중국은 82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파업권을 빼 버렸다.

기층 노동자들의 불만은 커지는데

기층 노동자들이 공회를 제치고 와일드캣 스트라이크 형태로 파업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10년 광둥성 난하이 혼다에서 발생한 파업이 와일드캣 스트라이크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다. 기층 노동자들이 일으킨 파업에 중국정부가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관영 언론들도 파업 소식을 우호적으로 보도했다. 노동 관련 NGO가 파업을 지원하면서 이른바 노동자들이 각성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 뒤 곳곳에서 공회가 개입하지 못하는 파업이 일어났다. 공회는 노동자들의 불만을 수용하는 그릇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당시 광둥성 당위원회 서기였던 왕양은 기층 노동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했다. 공회 간부를 직선제로 뽑거나 기층 노동자들이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공회가 반드시 수용하도록 하는 식이다. 왕양 서기의 실험은 2012년 12월 후춘화 서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떠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창카이 중국인민대 교수는 “중국 노조가 직면한 문제는 공회 중심 톱-다운 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라며 “기층에서 자발적인 노동운동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회 중심 기존 노동자 조직은 열성적인 조합원이 부족하고, 다수 기층조직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조직을 갖지 못했다”며 “노동시장에서 공식 활동가와 실질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가가 분리돼 있고 공회와 기층 노동자 간 접점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창카이 교수는 이에 따라 "공회를 개혁해 교섭권과 파업권을 주는 방식으로 서구식 집단적 노사관계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산당 지도부의 생각은 다르다. 사실 ‘조화로운 노동관계’라는 용어는 시진핑 주석이 처음 사용했다. 2011년 8월 시 주석이 국가부주석이던 시절에 ‘조화로운 노동관계 확립의 전국 선진표창 및 경험교류회’에서 했던 발언이 원조다. 교류회에서 그는 “조화로운 노동관계 확립은 사회주의 조화사회 건설의 중요한 기초이자 당의 기초를 강화하고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필연적 요구”라며 “중국 특색 사회주의제도를 개선하는 중요한 구성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화로운 노동관계 확립은 매우 중요하고 긴박한 정치적 임무”라고 강조했다.

중국, 노동운동 관리 돌입했나

‘중국 특색 사회주의제도’라는 말은 서구식 집단적 노사관계, 즉 자주적 노조의 교섭과 파업을 보장하는 것과 거리를 두는 해법을 찾겠다는 공언이다. 지난해 3월21일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조화로운 노동관계 확립에 관한 의견’으로 구체화했다. 국무원은 의견에서 “조화로운 노동관계 확립이라는 중대한 의미를 인식해야 한다”며 “노동관계 안정은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사회안정을 위해 필요할 뿐 아니라 당의 안정적인 통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안정적인 통치를 위한 노동쟁의 관리 필요성에 주목한 것이다.

다시 말해 급진적인 노동운동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공회가 그 역할을 하도록 독려하는 쪽으로 해법을 잡은 듯하다. 중국노동관계학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공회가 조직률 높이기에 얼마나 공을 쏟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기업 노조 조직률은 2005년 56.9%에서 2013년 71.3%로 올랐고, 같은 기간 농민공 조직률은 16.5%에서 40.1%로 상승했다. 임금을 중심으로 한 교섭을 공회가 주도하는 것도 제도화의 한 흐름이다. 동시에 노동 관련 NGO들의 움직임을 견제하며 노동운동의 싹을 자르는 작업도 병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대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공회가 기업 단위 교섭에서 임금을 얼마나 인상할지 결정하는데, 분규가 날 것 같으면 선제적으로 임금을 높여 주며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지난달 18기 6중전회(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를 한 뒤 지역을 순회하며 총공회 간부들을 잇따라 만난 것으로 전해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공회에 제대로 된 역할을 주문하는 경고성 만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상황,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스모그 같아"

과연 중국의 해법은 통할까. 한국 노사관계 전문가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이정희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대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전환기에 있는 중국 노사관계가 어디로 갈지 현황을 소개하고 분석하면서 고민을 나눴다”며 “핵심은 공회가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톱다운 방식을 바꿔 기층 노동자들의 활동력을 확보하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조화로운 노동관계를 언급하는 것은 현장이 그렇지 않다는 방증일 텐데, 실제 기층 노동자를 컨트롤하는 조화 아니냐는 불만도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중국에서 말하는 조화로운 노동관계라는 용어를 들었을 때 70~80년대 우리나라 노사협조주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며 “중국은 공회 대표가 회사 경영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교섭이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조화로운 노동관계라는 말은 허구”라고 비판했다. 김혜진 세종대 교수(경영대)는 “중국에서도 노사갈등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주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중국이 겪는 고용의 양극화는 한국이나 일본도 당면한 문제인 만큼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해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영면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당장은 중국 정부가 사용자와 근로자의 집단적 갈등을 컨트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갈 수밖에 없다”며 “경제가 성장하고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으니 (통제가 계속되면) 우리의 87년 항쟁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흥준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은 지금 전환기를 맞았다"며 "변화는 빠른데 마치 베이징 스모그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 노사관계와 관련한 답을 요구하는데 누구도 대안을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ILERA 회장인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스케일은 다르지만 우리가 60~70년대 겪었던 일을 겪고 있는 듯한데, 분규가 늘어나면서 중국 정부가 막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 같다"며 "중국은 이런 상황을 미리 겪은 선발주자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고 피해 가는 후발주자 효과를 활용해야 하는 만큼 이번 중국대회가 많은 노하우에 노출되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계희  gh1216@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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