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격차 축소를 위해 해외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대표적인 국가로 스웨덴·독일·네덜란드·미국이 주목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2014년 펴낸 '격차축소를 위한 임금정책 : 노사정 연대임금정책 국제비교'를 보면 이러한 국가들의 노력과 정책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노사정도 국제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모델은 임금격차 축소에 어느 정도 기여했을까.

◇스웨덴, 강력한 중앙단체교섭과 연대임금정책=스웨덴의 격차 축소를 위한 정책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목적으로 하는 연대임금정책으로 요약된다. 스웨덴은 1952년 중앙단체교섭과 함께 연대임금정책을 도입했다. 근로자들 간 임금격차를 줄이고 고임금 산업부문에서 임금을 억제하는 한편 저임금 노동자 임금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다.

스웨덴노총(LO)과 사용자연맹(SAF)이 1950~1980년대 중앙단체교섭을 체결하던 시기에 유효한 정책이었다. LO와 SAF가 1938년 채택한 살트셰바덴 협약과 LO가 51년 채택한 렌-마이드너 모델이 영향을 미쳤다. 살트셰바덴 협약은 협력과 타협을 바탕으로 안정적 노사관계 구축하는 데 영향을 미쳤고, 렌-마이드너 모델은 연대임금정책과 물가안정, 완전고용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스웨덴은 연대임금정책을 통해 산업·기업·성별 간 임금격차를 감소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운동의 계급적 응집력을 강화시켰고 노동자들이 정치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 산별교섭체계로 사회적 약자 보호=독일은 스웨덴과 같이 산별노조를 통해 연대임금을 제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독일은 노동자 고용유지를 중시하면서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임금인상에 합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소기업·여성을 비롯한 취약계층 노동자를 포함한 개별노동자 문제를 집단의 문제로 대체해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연대정신이 깔려 있다.

독일식 제도의 장점은 산별교섭체제를 활용해 노동시장 약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별교섭 집중과 단체협약 효력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6년 현재 독일 노조조직률은 25% 수준이지만 단체협약 적용률은 65%에 이른다. 산업 내 공통직무와 직무등급 분류제도를 통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확보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속노조·금융노조를 포함한 우리나라 산별노조가 채택한 모델이지만 아직 격차 해소에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이 주목하는 네덜란드 모델=네덜란드 모델은 한국에 가장 영향력을 미친 모델이다. 그러다 보니 네덜란드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 꽤 된다. 네덜란드는 위기 때마다 노사정 합의를 바탕으로 노동시간단축과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통해 일자리 창출 같은 성과를 이뤘다. 1919년 노사정 자문기구인 최고노동위원회가 발족했고 2차 세계대전 뒤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노동재단과 사회경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네덜란드 모델은 82년 바세나르 협약으로 대변된다. 당시 장기간 경기침체 소용돌이 속에서 노사정이 바세나르 협약을 통해 임금인상 자제 대신 노동시간단축(40시간→38시간), 시간제 일자리(시간제고용 여성비율 82년 44.7%→2004년 60.2%) 확대를 꾀했다. 임금의 물가연동제 포기로 임금노동자 실질임금이 9% 하락했다. 93년 다시 침체기에 들어선 네덜란드는 정부 주도하에 노사가 바세나르 협약과 유사한 내용의 신노선 단체협약 체결했다.

◇미국의 건설공사 노동자 대상 적정임금제=미국의 적정임금제도 눈길을 끈다. 적정임금은 공공부문 건설공사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지역별·직종별 최저임금을 말한다. 정부가 발주한 건설 프로젝트에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한다. 1931년 제정된 데이비스-베이컨법(DBA)이 적정임금을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에 의해 임금수준이 정해지는데, 대체로 최저임금을 웃돈다. 공사입찰 사업자가 노동자 개인의 임금을 낮출 수 없도록 하고, 임금은 도제·기능인력·팀장 등 숙련별 3단계로 구분해 지급하고 있다. 적정임금제가 시장원리를 침해한다는 논란도 있지만 생산성 증대 효과와 산재발생률을 낮추고 숙련노동자를 유인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장원 선임연구위원은 “연대임금정책이 성공하려면 노사와 노사정, 중앙·지역 협력관계의 거버넌스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며 “평등하고 수평적인 조정과 공정한 시장질서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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