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2016년 들어 가장 가슴 아팠던 사건 중 하나는 지난 5월 말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서울메트로 하청업체(은성PSD) 소속 열아홉 젊은 비정규 노동자의 사망사고다. 이 죽음이 던져 주는 또 하나의 이야기. 숨진 열아홉 비정규 노동자는 지난해 은성PSD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8월 발표된 구의역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은성PSD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을 고용한 것은 2014년 11월부터다. 은성PSD를 지원한 현장실습생들이 취업 후 겪은 것은 언제 죽음이 닥칠 지 모르는 조건이었으며, 자체 채용자 이직률이 72%에 달할 만큼 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이런 노동환경에서도 대학에 입학하고자 했던 열아홉 비정규 노동자는 점심을 먹을 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라면을 공구와 함께 들고 다니면서 구의역 승강장에서 죽음을 맞았다.

이 사고가 보도되자 여론은 들끓었고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에 “네 잘못이 아니야” 라는 쪽지를 붙였다. 승강장 안전문에 붙은 쪽지는 ‘공감’과 ‘연대’일까, 아니면 ‘연민’일까.

예전에 비하면 청소년노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노동현실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청소년은 물론 전체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노동인권교육의 목표는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닌, 노동인권을 ‘나의 문제’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필자에게 요청된 교육은 주로 짧은 시간의 일회성 강의가 많았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청소년들의 “노동법적인 권리의식 강화”에 대한 요청이 적지 않았다.

일선 학교의 노동인권교육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이 과거보다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노동' '노동자' '노동조합'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과 편향적인 교육이라는 인식이 잔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단지 노동법 교육이 아닌 노동인권교육으로서 강사들이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노동·노동자·노동인권을 이야기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청소년을 제외하고는 노동인권교육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대부분 노동인권교육의 중요성을 모르거나 직접적으로 자신이 당면한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제도권 교육과정에서 노동교육을 철저히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모의단체교섭 등이 일상화된 특별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고등학교과정에서 단체교섭과 관련한 부분을 매우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노동자와 그 가족인 사회에서 일찍이 제도권 교육에서부터 노동조건이 노동자의 삶과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생들은 이런 노동교육을 통해 “내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할 때 내 권리도 보장된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구의역 사고 이후 뜻밖에도 ‘우리 사회의 노동현실’을 주제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아이들은 구의역 사고를 알지 못했다. 간접고용과 용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소년노동, 비정규노동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노동법만 알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함께 문제를 설정해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다.

“각자에게 어떤 위험이 존재하니?”

우리는 누구든, 무슨 일을 하든 다 소중하다. 노동인권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다. 정규교육과정으로 노동교육을 체계적으로 구성하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일회성 노동인권교육은 단편적이 되기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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