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전국공무원노조가 이달 12일 열리는 민중총궐기에 3만 조합원 참여를 목표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도부는 지난달 초부터 현장 순회를 통해 민중총궐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노조 설립신고와 해직자 원직복직 특별법 제정, 공직사회 성과퇴출제 폐기와 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 등 10대 요구안을 의제화한다는 계획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노조사무실에서 김주업(48·사진) 공무원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변화된 민심을 읽었다”며 “공무원 조합원 3만명이 민중총궐기에 참여해 민심 폭발의 도화선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민심 폭발 도화선이 될 민중총궐기”

- 공무원노조가 최근 성명을 통해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는데.

“심각한 국기문란이다. 공식 지휘체계에 속하지 않은 민간인이 국정을 좌지우지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기문란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문제와 성과퇴출제 등 일련의 반평화·반노동·반민생과도 연관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박 대통령의 탄핵 혹은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민심을 반영해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한 것은 헌법상 부여된 공무원의 책무를 다하는 일이다. 이번주 내에 시국선언을 할 예정이다. 전교조와 함께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공무원으로서 대통령 하야 요구를 담은 시국선언은 부담이 상당할 텐데.

“시국선언을 발표하면 정부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도부는 징계를 각오하고 있다. 과거 시국선언을 이유로 파면·해임된 간부도 있었다. 물론 소송을 통해 복직할 순 있었지만. 조직의 피해는 줄이면서 큰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 조합원이 참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한 달째 매일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고 있다. 하루 두 개 자치단체에 간다. 지자체 한 곳당 많은 곳은 40~50개 부서가 있다. 부서를 한 곳 한 곳 방문해 조합원들과 직접 얘기하고 있다. 민심이 들끓는 현장 분위기가 읽힌다.

과거 대구경북지역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연사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자 조합원이 물병을 집어 던지는 일도 있었다. 보수적인 박 대통령 지지 지역에서도 현재 정권 심판 여론이 높다. 여기에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젊은 조합원들의 참여 의지도 높아졌음을 느낀다.”


"성과가 중심이 되면 행정 공공성이 훼손될 것”

-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폐기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가 올해부터 성과급제 확대 정책을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공직사회에 갈등과 혼란을 초래했다.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을 5급까지 확대하고 성과급 비중도 2020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고위공무원 성과평가 최하위 등급 적격심사 평가를 강화하고 퇴출도 가능하도록 한다. 하위직 공무원까지 확대 적용이 예상된다. 6급이하 실무공무원 근무성적평가 최하위 등급에 대한 6개월 호봉승급 제한도 추진한다.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행정 공공성의 훼손이다. 측정 가능한 성과를 기준으로 급여 차등과 퇴출까지 연계되면 국민들은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행정업무는 개인과 부서 간 협조가 필수적이다. 유기적 협력 대신 경쟁만 남게 되면 심한 경우 서로 정보를 차단하고 동료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도 나타날 것이다.

보여주기 위한 단기 성과 달성에 치중하다보면 행정업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은 정부입법발의로 올해 6월 20대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개정안에는 보수 결정의 원칙에 직무성과를 반영할 수 있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근무성적의 평정’은 ‘직무성과평가’로 수정하고 성과평가 결과 미흡한 사람에 대해서는 역량 및 성과향상을 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직위해제 조항에서도 직무 저성과자에 대한 직위해제 절차를 명시했다.

- 성과급 균등분배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나.

“조직마다 특색에 따라 다르게 진행됐다.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의미도 없다보니 나온 기준이란 것도 조직원들이 동의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S등급, 다음엔 A등급, 그다음엔 B등급 이렇게 합의 하에 순환구조로 평가점수를 받거나 조직원들의 동의하에 지급 후 재분배하는 방식이 됐다.”


“직업공무원제 두 기둥 무너뜨리려는 박근혜 정부”

-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공무원 노동조건이 악화됐다고 보나.

"어떤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휘둘리지 않고 정당하게 법에 따라 행정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직업적으로 공무원신분이 보장돼야 한다. 두가지가 필수적이다. 첫째는 경제적 안정성, 둘째는 신분보장이다.

일단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공무원연금법 개악으로 한쪽 기둥이 무너졌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퇴출제에 따라 퇴출이 가능하도록 하면 다른 한쪽인 신분보장도 무너질 것이다.

현재도 국민들이 행정 공평성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인데 성과퇴출제가 도입되면 신뢰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행정 서비스에서 힘없는 일반 서민은 제외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 노조 설립신고가 다섯 번 반려됐는데.

“3개의 공무원노조가 각각 존재할 때는 합법이었는데 통합해 같은 규약으로 신고하니 반려한 상황자체가 말이 안 된다. 신고제로 운영되는 노조 설립신고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는 것이다. 공무원은 사용자에게 설립신고서를 내는 꼴이다. 공무원노조는 현 정권에서 설립신고증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공무원노조법을 바꿔야 한다. 해직자도 조합원으로 인정해야 하고 가입범위도 넓히는 방식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 어느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법안을 개정하도록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무원노조는 처음 출범할 때부터 정권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복무하는 공무원이 되자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다”며 “그런데 공무원노조가 투쟁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시선이 별로 좋지 않음을 느낀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성과퇴출제 문제도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전체 국민의 노동과 복지와 직결돼 있다”며 “공무원노조가 국민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도 알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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