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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체제를 복원하자
▲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민주공화정의 주인은 국민이지만, 국민 다수의 지지가 확인된 정치세력에게 한시적으로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권력을 위임해 준다. 합법적으로 탄생한 위임권력의 한시적 행사권자가 그러한 권력을 행사할 때 그 전제는 그가 헌법과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틀·내용을 가꾸고 성숙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권력을 위임받은 권력자는 민주적 통치성의 기본 원리 안에 자신을 종속시켜야 한다. 자신의 권력을 사적인 목적에 써서는 안 되며, 오로지 법치(rule of law)의 틀 안에서 근거를 갖고 ‘제약적으로’ 쓸 수 있다. 그것이 그에게 권력을 위임해 준 공화정의 주인인 국민과 그 종복인 자신 간의 준엄한 계약이다.

성숙한 민주사회는 정책을 기반으로 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를 가꾸어 간다. 어느 사회에서 정책을 논하는 것이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그 사회에서 최소한의 민주적 통치성의 기본 원리가 작동하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형식만 재생산되는 것을 넘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그 나라에서 보다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는 정책이 형성되고 실행되는 것에 순기능을 해야 한다.

민주공화정의 기본 원리가 존중되며, 좋은 정책을 기반으로 해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사회를 가꾸어 나가는 문화와 관행. 그것이 없던 나라에서 그것을 만들어 내기란 참으로 어려운 과제임을 지난날 한국 사회는 여실히 드러내 왔다. 그리고 2016년 10월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는 바닥의 A·B·C부터 새로 닦아야 할 지경이 돼 버렸다. 위임받은 권력자가 국가의 주인인 국민과의 준엄한 계약을 깨 버렸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정의 실현에 국가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양상을 개탄하다 보니, 결국 도달한 것은 국가운영의 기본 골간조차 구멍이 뚫린 지금 같은 상황이다.

형식만 민주주의지 그 운영은 군주제인 후진국들이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적지 않다. 그들 공동체에서 자원은 소수 권력자들에게 편중되고, 결국 사회의 작고 힘없는 사람들은 그 나라에 태어난 죄로 고통과 가난 속에서 평생을 살다 가야 한다. 대한민국은 2013년 이후 오늘날까지 급격히 후진국이 돼 버렸다. 이 나라에서 힘겨운 일상의 삶을 꾸려 가야 하는 지친 이들에게 비전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 정책의 손길이 파격적으로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 주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그들이 좋은 정책을 만들라고 권력을 위임해 줬던 권력자로부터 계약파기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실수하거나 불가항력의 재해를 입거나 타인에게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되면 개인들의 삶도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때 가장 좋은 처방은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 사회의 헌법에는 민주공화제 운영의 기본을 정해 놓는다. 동시에 바로 기본이 무너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처방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도 담겨 있다.

헌법정신은 좌와 우 모두가 동의하는 사회운영의 기초다. <JTBC>의 취재활동의 근거도, 그 뉴스를 접한 모든 시청자들이 공분을 느끼는 것도, 그리고 오랜만에 <TV조선>과 <한겨레>가 지금 하나의 이성을 공유하게 되는 근거도 현재 같은 헌법하에서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이다. 매뉴얼로 돌아가 헌정체제를 복원해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mjnpark@kli.re.kr)

박명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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