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못 낳는다”는 속설을 뒷받침하는 통계가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1일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지난 10년간 임신·분만 경향을 살펴보면 전체 산모 중 소득이 많은 계층의 여성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를 소득에 따라 5분위(1분위는 하위 20% 저소득층, 5분위는 상위 20% 고소득층)로 나눌 때 2006년에는 3분위(26.2%)를 중심으로 산모가 골고루 분포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4분위 산모가 33.8%로 가장 많았고, 3분위(26%)·5분위(17.2%)·2분위(13%)가 뒤를 이었다. 1분위 산모 비중은 14.4%에서 9.4%로 줄었다.

임신한 직장여성이 분만까지 직장을 유지하는 비율은 2006년 67.3%에서 2014년 73.9%로 6.6%포인트 증가했다. 출산 1년 후까지 직장을 유지하는 비율 역시 62.9%에서 69.7%로 상승했다. 1987년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 과정을 거쳐 2007년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로 바뀌고 배우자 출산휴가·육아기 근로시간단축 제도 같은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공단은 “임신부터 분만 이후 1년까지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여성이 10년간 10% 이상 증가한 만큼 일·가정 양립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고령 산모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분만 평균 연령은 2006년 30.3세에서 지난해 32.2세로 1.9세 상승했다. 분만 여성 중 35세 이상 비중이 13.7%에서 27.6%로 높아졌다. 지난해 아이를 낳은 여성 4명 중 1명이 35세 이상이라는 뜻이다. 40세 이상 비중도 1.2%에서 3%로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분만 건수는 43만1천559명에서 42만8천319명으로 0.8%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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