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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판에 난장판
정기훈  |  phot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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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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꽹과리, 장구 소리 너른 터에 울린다. 높다란 솟대에 걸린 까만색 천이 바람 탄다. 춤추던 이가 몸 던져 흰 천을 가른다. 달그닥 훅 더르르 거기 네거리에 굿거리장단, 난데없는 굿판에 구경꾼이 빼곡 빙 둘러섰다. 나쁜 사람들이라고 하더라. 검은 옷에 빨간 칠을 해서 온 데 누비던 화가는 가끔 양팔 벌려 우주의 기운을 모았고, 검은 옷의 음악가는 마음속에 메트로놈 하나 놓았는지 박자 딱 맞춰 가며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고 선동했다. 거기 선 자들이 박수로, 제창으로 따랐다. 까만 우산에 붉은 꽃 매달고 저 이는 혼이 나간 듯 멍하니 물길 따라 걸었다. 언젠가의 7시간과 물대포와 탄핵 따위 불경한 단어들을 소원지에 새겼다. 검은 옷의 시인이, 사진가며 만화가와 배우까지 아찔한 말과 기행을 이어 갔다. 불온한 상상이 분수처럼 여기저기서 삐죽 솟았다. 굿판은 비장했으나 또 내내 흥겨웠다. 사람들은 어깨 겯고 즐거웠다. 앗, 감사합니다라며 붉은 낙인을 명예로 여겼다. 글감 삼았고, 온갖 예술적 영감의 샘으로 반겼다. 굿판의 효험이 용했다. 치유와 결속은 본래 굿판의 순기능이다. 선무당이 문제다. 말로 사람을 잡는다. 이 사람들 아직도 있냐는 말은 정말 사람을 잡았다. 그 사람 아직도 거기 있냐고 찍힌 사람들이 되물었다. 요즘 말 많은 누군가의 안부도 옷에 적어 물었다. 나쁜 사람이라고도 하더라. 말이 말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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