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경찰청장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의 살수차 관련 권고를 지켰다면 백남기 농민 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가 20일 실시한 인권위 대상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는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살수차를 시위 진압용으로 사용할 경우 인체에 대한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며 “구체적 사용기준을 법령으로 정하라”고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하지만 경찰청장은 인권위 권고를 모두 불수용했다.

“백남기 부검영장 유족 입장 존중해야”

노회찬 의원은 “경찰청이 두 번의 인권위 권고를 수용했다면 백남기 농민 사망사고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겠냐”며 “유사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신속한 진상규명과 살수차 운용에 대한 시정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성호 위원장은 “우리도 아쉽게 생각한다”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노 의원은 이어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인권위의 늑장대응을 질타했다. 그는 “지난해 11월14일 사건 발생 뒤 10개월이 된 올해 8월30일에서야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인권위가 예상했던 불행한 일이 벌어졌고 올해 1월에는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까지 파견됐는데도 인권위는 너무 늦게 (움직이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노 의원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과도한 처벌에 대한 인권위 입장도 없다”고 꼬집었다.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백남기 선생 부검영장에 대해 사법부는 절묘한 판단을 했다”며 “어떠한 경우라도 유족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인데, 유족의 동의를 받는 게 유족의 인권을 보호하는 길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성호 위원장은 “유족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회복 노력 계속해야”

한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도 거론됐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정부는 이번 합의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타결됐다고 하나 정작 피해 할머니 상당수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인권위 입장은 뭐냐”고 질의했다.

이성호 위원장은 “정부가 외교적 노력으로 그렇게 합의했으나 할머니들 입장에서는 합의 내용이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며 “합의에 관계없이 여성 인권침해 문제인 만큼 피해 회복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날 국감에서 새누리당은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문과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회고록 문제를 집중 질의했다. 강석진 새누리당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에는 고문·공개처형·정치범 수용소 감금·매춘·강제북송·영아살해·외국인 납치를 못하도록 했는데 이런 내용에 (기권이 아닌) 찬성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성호 위원장은 “현재 인권위 입장에서는 북한 인권결의안이 나올 때마다 환영하고 있다”며 “하지만 과거 정부에서 일어난 일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편 이날 야당은 21일 예정된 청와대 대상 국감에서 당초 기관증인으로 채택된 우병우 민정수석이 지난 19일 불출석 사유서를 보낸 것을 두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우병우 수석 동행명령권 의결 추진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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