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먼 산에 가지 못했다. 기껏해야 좌석버스와 전철로 갈 수 있는 곳에 다녀왔다. 대체근로 투입인력을 모집한다는 게시글을 전철의 다음 열차 안내 대신 내가 읽게 된 것은 순전히 그래서였다. 지난 주말, 분당선 열차를 기다리면서였다. 순간 나는 뻔뻔하게 공개적으로 별짓을 다한다고, 서울지하철 파업은 마무리됐다고 했는데 아니었던가, 그러다 분당선은 코레일이 사용자라는 걸 떠올리고서야 코레일이 노조 파업을 제압하기 위해 별짓을 다한다면서 철도노조 파업을 생각했다. 설악산은 단풍인파로 넘쳐 났다는 날, 나는 평소 주말처럼 집근처 산을 오르내렸다. 그러다 분당선 전철을 탔던 것이라고 무슨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파업 참여 조합원들의 업무를 대체할 인력을 모집한다는 코레일의 뻔뻔함에 오늘 노동자 파업을 생각해 봤다. 철도노조 파업이 17일로 21일째다.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를 위한 공공기관 총파업이 시작된 뒤 이제 많은 공공기관에서 파업이 중단됐다. 서울지하철·도시철도공사 등 서울시 5개 투자기관은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합의하고서 파업을 중단했고, 지난 14일에는 서울대병원 노사가 내년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하지 않기로 합의해서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는 파업을 중단했다. 이들 사업장들은 파업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노사 합의로서 도입하는 것으로 하거나 내년까지는 도입하지 않기로 합의하고서 파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많은 공공기관에서는 그런 합의가 없었지만 파업은 중단됐다. 이렇게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를 위한 총파업이 중단되고 있는 오늘, 철도노조 파업은 사용자가 대체 투입할 인력을 모집해야 할 만큼 계속되고 있었다.

2.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랐다. 많은 공공기관이 그랬던 것처럼 코레일에서도 그랬다. 지난 5월 사측은 이사회를 열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결정했다. 기획재정부가 지침으로 내려보내 도입하라고 한 성과연봉제는 기존보다 적용대상과 차등 폭을 확대한 것이었다. 사용자는 이를 회사 제규정의 개정이라는 방법으로 추진했다. 성과연봉제·임금 등에 관한 회사 규정을 개정하고서 내년부터 이를 시행하기로 했다. 임금 등 근로조건 기준을 정한 회사 규정은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인 것이고, 그것을 변경하고자 하는 규정개정은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변경절차를 거쳐야 했다(제94조1항). 특히 불이익한 변경은 과반수노조나 그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거치도록 한 근로기준법 규정(제94조1항 단서)을 근거로 노동조합은 사용자의 일방적인 확대 도입은 무효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볼 때 불이익변경이 아니라는 사용자의 주장도 있었으나 이는 일부 근로자에 불이익한 변경이라도 불이익변경이라고 확인해 온 대법원 판례를 내세워 비판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사회통념상 합리성 운운하며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제멋대로 근로기준법을 해석해 발표했고, 기재부는 이를 인용해서 공공기관에서 도입하라고 지침을 내렸던 것인데, 하지만 그것은 법을 준수해서 집행해야 할 국가 권력이 노동자권리를 위한 근로기준법을 짓밟는 짓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하지 말라고 노동조합이 중단을 요구해서 행동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었다. 그것은 법을 말한 것에 불과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라고 주장한 것에 불과했다. 근로기준법이 이미 보장하고 있는 것이니 그걸 쟁취하겠다고 굳이 노동조합이 총파업까지 할 일도 아니었다. 그저 법을 집행할 국가 권력으로 하여금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중단시켜 주고, 사용자의 범죄행위를 엄단해 달라고 요구하면 될 일이었다. 법대로, 정상적으로 국가 권력이 작동하는 나라였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었다. 이 나라, 대한민국의 기본운영원리라고 하는 법치주의는 법을 짓밟는 자를 권력이 용납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 권력이 사용자로 하여금 노동자권리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을 무시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뻔뻔하게 오늘 대한민국에서 권력은 법을 짓밟으라고 성과연봉제 지침으로 사용자에게 안내하고,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맞섰다. 법대로라면 성과연봉제로 파업할 일이 아니라 성과연봉제 도입은 위법·무효라고 무시할 일인데도 이 나라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맞서야 했다.

3.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은 임금 등 근로조건 기준을 변경하는 것이다. 노사가 체결해 온 임금 등 근로조건 기준을 변경해야 할 일이다. 그 기준을 변경하지 않은 채 사용자가 회사 제규정을 개정해서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단체협약 위반의 취업규칙으로서 무효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1항). 그러니까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사용자가 한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해서 파업할 일도 아니었다. 법대로라면 말이다. 그런데 법대로인 나라에서는 그럴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 나라도 그럴 수 있다고 당신은 말하는가. 만약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법이 보장한 권리를 짓밟힌 노동자가 할 일이 파업은 아니라고 나는 감히 말할 수가 없다. 굳이 파업할 일이 아니라도 파업이라도 할 일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은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아무리 협소하게 단체교섭의 대상, 쟁의행위의 목적으로 보더라도 정당한 대상이고 목적에 해당한다. 그러니 그저 성과연봉제 관련 사항을 요구해서 교섭하고서 파업하면 정당성에 시비를 걸기 어렵다. 그렇기에 지난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철도파업 관련대책 관계기관 회의 결과보고’를 보면 국토교통부·노동부·법무부·경찰청·행정자치부 관료들이 참석한 철도파업 대책회의에서 법무부는 “이번 파업 목적이 근로조건과 관련됐다고 볼 여지가 있어 목적의 불법성 여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던 것이다. 그저 형식적으로 교섭 요구와 조정결과를 가지고 불법을 씌우길 원하는 권력의 눈에만 불법이라고 보일 것이다. 그런데도 현재 코레일은 파업참가자 181명을 직위해제했고, 김영훈 위원장을 포함한 노조간부 19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이 나라에서는 불법을 저지른 사용자가 그걸 중단하라는 노동자를 불법이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하여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가 아닌 경우는 불법파업이라고 해도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받았던 것이 바로 철도노조 파업에 관해서였다. 그러니 코레일의 사용자는 업무방해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법을 집행해야 할 권력이 법을 무시하고 불법을 조장하니 사용자는 파업을 제멋대로 불법이라 규정짓고 탄압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대체근로를 투입하겠다고 그 인력 모집에 나서고 있다.

4. 법은 쟁의 기간 대체근로 투입을 제한하고 있다(제43조).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가 없다고 규정하고(제1항), 다만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는 예외라고 정하고서(제2항), 필수공익사업장은 100분의 5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3항). 그리고 철도사업·도시철도사업은 필수공익사업이라고 정해 놓고 있다(제71조2항1호). 이렇게 법이 철도노조 파업에는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고 정해 놓았으니 사용자는 전철 열차 안내판에 모집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그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고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장이라고(동조 제2항) 대체인력 모집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뉴스에 보도된 바로는 파업 참가율이 40% 정도이고 열차운행률이 85.8%라고 하고 있었다. 파업 참가율이 40%면 열차운행률이 70% 미만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22일째 장기파업인데 대체인력 투입으로 사용자는 버티고 있다. 사용자에 대한 압박이 법이 보장한 대체인력 투입으로 약화되고 있다. 파업의 효력이 일반사업장에 비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오늘 철도파업을 통해서 보면 대체인력 투입은 사용자가 노조와의 협상에 나서 양보하는 대로 나아가지 않도록 하는 사용자의 무기로서 철저히 기능하고 있다. 파업으로 전면적으로 열차운행이 중단됐다면 사용자는 노조의 요구,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적어도 근로기준법대로 노조 동의를 얻어서 하겠다거나 노조법대로 노사합의로서 단체협약을 체결해서 하겠다거나 내년에 당장하지는 않겠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인력 투입이 필수공익사업 사용자를 아직은 버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언제까지일까. 파업을 짧게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공중의 일상생활을 덜 위태롭게 하고, 국민경제를 덜 저해할 수가 있다고는 왜 우리의 입법자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 나라에서는 법이 허용한 사용자의 대체근로 투입에 맞서 노동자의 파업은 더 버틸 수밖에 없는 일이 되고 있다. 자신의 요구를 포기하지 않는 한 말이다. 파업이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일인 한 말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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