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준상 전 KBS 이사

임금을 둘러싸고 현 정부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그 효과를 떠나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임금과 투자 쪽으로 당기이익을 우선 배분하라는 식의 처분 방향을 지시하는 제도적 개입이 2015년부터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기업소득환류세제’라고 불리는 게 그것이다.

반면 최저임금은 매우 인색하게 오른다. 근로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의 획기적인 인상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음에도 내년 최저임금은 6천470원으로 올해보다 440원 오르는 데 그쳤다. 한 사회의 임금 사다리에서 아래 단은 적게 끌어올리고 위 단은 크게 높아질 수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애초 야권의 문제의식에서 비롯했던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일정한 변형을 거치면서 도입될 수 있던 배경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야권의 법인세율 인상 시도의 예봉을 꺾으려는 측면도 있고, 임금 사다리의 위 단을 높여 가계 구매력을 높여 내수를 회복시키는 효과도 내 보자는 거시경제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임금 사다리 위 단을 높일 경우 소비로 이어지기보다는 저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효과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임금 사다리의 위 단을 높이기 위해 이런 제도적 개입이 동원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이에 비해 임금 사다리의 아래 단을 크게 높이려는 제도적 노력은 매우 부족하다. 물론 아래 단을 끌어올리는 게 상대적으로 훨씬 어려운 건 분명하다.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은 어쩌란 말이냐는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임금 사다리의 아래 단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모든 연대임금 정책은 반드시 구조조정의 측면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대임금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앞장서 반대하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설명이 된다.

경제라도 잘 굴러간다면 이들 단체의 반대에도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는 시도를 해 볼 만하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의지가 작동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 줄 수 있는 제도적 개입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활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법인세 최저한세율이 있다. 최저한세율은 이런저런 감세 혜택을 모두 받는다고 해도 적어도 이 정도는 내야 한다는 최저선을 말한다. 중소기업은 7%,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 중 과표 1천억원을 웃돌면 17%, 1천억~100억원은 12%, 100억원 미만은 10%가 적용된다. 신생기업을 배려해 유예기간 4년과 7년의 거치기간에는 좀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구체적으로는 최저임금의 꾸준한 인상을 유도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이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내려 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기존 7%에서 현행 근로소득세 하한선인 6%와 동일하게 낮추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적어도 2017년부터 적용될 최저임금 결정 때는 최저한세율 인하를 통해 확보된 여력을 감안해 인상률을 높게 하는 효과를 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과표 기준으로 단순화한 최저한세율 제도를 손질해 비정규 노동자가 집중돼 있는 업종 등으로 차등화시켜 적용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는 비정규직 형태로 중소기업에 많이 종사하고 있다. 비정규직 5명 중 3명(490만명, 58.3%)이 숙박음식점업(109만명)·도소매업(108만명)·사업지원서비스업(98만명)·제조업(93만명)·건설업(82만명) 등 5개 산업에 집중돼 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13.5%인데, 5인 미만 사업체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77.9%다.

중소기업을 제외한 과표 1천억원이 넘는 기업에 적용되는 최저한세율은 현행 17%에서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최저한세율 인상이나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 축소는 그 자체로 또 다른 법인세율 인상에 해당한다. 특히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추구하면서 최저한세율 인상이나 비과세 감면 혜택 축소를 꾀할 경우 이중 인상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불필요한 논쟁을 비껴가면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과 함께 최저임금의 꾸준한 인상을 지원하는 제도적 개입 통로로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저한세율를 내리려는 시도는 그리 나쁜 궁합은 아닌 듯하다.



전 KBS 이사 (cjsang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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