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이 17일로 예정된 조인식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하면서 자칫 교섭의 주도권이 노사에서 정부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노사는 결국 자율교섭을 통해 스스로 결론을 도출해 냈다. 올해 5월 상견례 이후 27차례에 걸친 교섭과 24번의 파업으로 강 대 강 대결을 펼친 현대차 노사가 진통 끝에 내놓은 결과는 무엇일까. 16일 <매일노동뉴스>가 현대차 노사의 ‘2016 임금교섭 잠정합의서’를 들여다봤다.



◇임금피크제 확대 철회·통상임금 재논의=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지난 14일 진행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이 가결되자 언론들은 지부를 향해 융단폭격을 방불케 하는 비난조의 기사를 쏟아 냈다.

“현대차노조 4천원 얻고 3조원 손실”이라는 원색적인 제목을 단 기사가 포털사이트 뉴스페이지를 가득 메웠다. 8월 도출된 1차 잠정합의안보다 기본급이 4천원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비꼬는 내용이다. 반면 판매실적과 직접적으로 연동되지 않는 생산차질대수를 기준으로 회사측이 최대치로 추산한 매출피해는 지나치게 부각했다. 내수 부진으로 차량 판매량이 줄어 인위적인 생산물량 감축을 의미하는 공피치가 발생하고, 재고 역시 크게 줄어들지 않는 회사의 속사정은 언론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최근 수년간 현대차 노사의 단골 갈등소재가 ‘임금’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들의 이 같은 진단은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임금 중에서도 임금피크제와 통상임금은 접점을 찾기 힘든 첨예한 쟁점이었다. 여기에 연동된 임금체계 개편 논의 역시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동자의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 가운데 하나인 임금에 대한 논의가 노사 당사자가 아닌 외부요인에 의해 촉발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뚜렷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금피크제를 확대해야 청년일자리가 늘어난다”며 노사를 압박했다. 특히 대기업·정규직노조의 상징인 현대차지부를 정조준했다. 현대차가 이미 임금피크제를 시행해 온 사업장이라는 사실은 교묘하게 가려지고, 배부른 귀족노동자들의 이기주의가 청년들의 미래를 가로막는다는 식의 부정적 레토릭이 난무했다.

통상임금 문제도 다르지 않았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에서 비롯된 임금체계 논의 과정에도 정부 입김이 거셌다. 정부는 오래 근무한 노동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연공급제를 철폐 대상으로 상정하고, 직무·성과급으로의 전환을 압박했다. 최근 성과연봉제 확대시행을 둘러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이 보여 주는 것처럼, 임금체계를 둘러싼 노정·노사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현대차 노사협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행됐다. 지부의 파업이 장기화한 결정적인 원인이다. 그럼에도 현대차 노사가 올해 교섭에서 임금 관련 쟁점사안에 대해 “노사합의 없이 시행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노사는 청년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정규직 직접채용 △기술연수생 양성과 사내외 취업 알선 △기업경쟁력 향상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합의했다. 회사는 고령노동자 임금삭감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임금피크제 확대방안을 철회했다. 노사는 내년 2월 말까지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찾기로 했다.



◇노사 공동과제 떠오른 '미래형 자동차'=잠정합의서 내용 중 눈에 띄는 또 다른 대목은 이른바 미래산업에 관한 것이다. 자동차산업의 변화가 노사 모두에게 중요한 도전과제가 됐다는 뜻이다.

노사는 별도합의서에서 “친환경차·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등 미래형 자동차로의 변화에 대응하고 고용을 안정화하기 위해 공동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위해 2012년 구성된 ‘친환경차 노사공동위원회’를 ‘친환경차 관련 노사대책위원회’로 확대·전환한다. 대책위에는 노사 대표 각각 8명씩 16명이 참가한다. 대책위에서는 중장기 고용안정 확보방안도 지속적으로 논의한다. 정부 지원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노사가 공동으로 요청하기로 했다.

잠정합의서에는 이 밖에 △주간연속 2교대제 관련 교대근무조 휴일생산특근개선지원금 인상 △지부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9건, 가압류 4건 취하(대상자 17명, 금액 51억원) △내년 노사협상 전까지 해고자 2명 원직복직 또는 내년 교섭서 재협상 △생산직이 아닌 일반직과 연구직원 조합원 자격 유지(과장 승진자 본인 의사 반영해 조합원 자격 유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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