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영 인더스트리올 아태지역 전력네트워크 의장

마차 시대가 끝난 것은 말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내연기관이라는 상위 기술을 가진 자동차와 20세기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마차 운송산업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에너지산업 또한 그렇다. 석유·가스·원자력의 시대는 석유와 천연가스·석탄·우라늄이 고갈되기 때문에 종말을 맞는 것이 아니라 상위 기술과 제품구조, 그리고 태양광과 풍력 등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이 기존 화석에너지 산업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자동차 전문가인 토니 세바 스탠퍼드대 교수가 그의 저서 <에너지혁명 2030>에서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다.

한때 인류는 화석에너지 고갈을 염려했다. 석유와 천연가스·석탄 등 화석에너지 가채(캐낼 수 있는) 연한이 감소하는 만큼 인류의 생명줄이 줄어든다는 강박관념이 지배적이었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200달러도 쉽게 돌파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전망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러나 지금 많은 사람들은 화석에너지 고갈이 인류의 미래를 불행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화석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공해와 지구온난화 같은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사람들의 생각이 바뀐 것은 화석에너지 고갈 이전에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시스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사회적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의식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뿐만 아니라 웬만한 건물 옥상이나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올려져 있는 것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심지어 아파트 베란다에도 소규모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고 이를 통해 변화되는 에너지시스템을 실생활에서 체험하고 있다. 출시도 되지 않은 테슬라의 전기자동차에 사전주문이 폭주하고, 석유 기반 자동차 일색 도로에서 이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태양광 발전뿐만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에너지기업 블룸에너지는 블룸박스라는 연료전지를 개발해 구글·월마트·페덱스 등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NASA 같은 미국의 주요 기관에 설치돼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심지어 벽돌 정도 크기로 제작해 가정용으로 시판하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에너지 생산시스템은 운송산업 측면에서도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다. 마차 운송을 무너뜨린 내연기관 혁명처럼, 내연기관에 의존하던 운송산업 또한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에 의해 마차운송과 마찬가지로 인류 역사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다. 구글과 애플·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은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 기술개발을 거의 완벽하게 완료한 상황이며 향후 1~2년 이내에 상용화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걸고 있다.

화석에너지의 혁명적 변화, 그리고 이에 기반한 운송산업 변화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노동의 미래를 우울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발전시스템과 이에 기반한 장거리 대전력 수송시스템은 태양광을 비롯한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산시스템과 이를 보완하는 마이크로그리드로 일컫는 전력망으로 점차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의 전망이 어두운 것은 이들 새로운 에너지 생산과 유통시스템이 적어도 노동 총량 측면에서는 기존 노동을 줄이는 만큼의 새로운 노동을 창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필자의 지난 기고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IT에 기반을 둔 지능형원격검침 시스템으로 검침노동을 축소시키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새로운 에너지시스템 또한 기술과 자본을 독점한 대규모 글로벌 기업에 의해 주도되면서 적어도 일국 내 노동 총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로 인한 운송산업도 다르지 않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존 생산체제가 무너지면서 일어나는 노동의 변화뿐만 아니라 자동차 면허가 필요 없는 사회가 도래하면서 운전이라는 인간노동이 사라질 것이고, 그에 따른 보험과 물류산업에서 노동의 변화는 에너지산업에서의 그것처럼 우울한 미래를 던져 줄 것으로 보인다.

더 우울한 것은 이에 대비하는 우리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초 에너지신산업육성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총 4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올해만 하더라도 6조4천억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기존 고용이나 새로운 고용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나 대책은 전혀 없다. 무려 40조원이 넘는 세금-또는 공기업의 투자-이 투입되는 정책에 가장 중요한 고용과 관련한 분석과 대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우리 사회 노동문제가 더욱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단지 필자의 기우에 불과할까.



인더스트리올 아태지역 전력네트워크 의장 (peoplewin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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