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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노동행위 시정 빌미로 노조 잡는 신종 부당노동행위박주영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 박주영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노동 3권은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사용자가 노동자를 사용·종속하는 경영권이라는 말은 헌법상 존재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헌법이 정한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면 처벌 대상이 되지만, 노동자와 노조에게 사용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란 성립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부당노동행위 규율제도란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용자에게’ 민형사상 부담을 주어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노조의 조합활동을 원활하게 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부당노동행위제도는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용자가 아니라 노조를 쥐잡이하는 사용자의 수단으로 둔갑해 버렸다.

시작은 전임자급여 지급 여부를 법으로 금지하는 기상천외한 법이 생기면서부터다. 2010년 7월 노동부는 전임자급여 지급제도 도입을 명분으로 부당노동행위 전수조사를 실시하면서 회사가 노조에 제공하는 일체의 편의제공을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시정명령을 내리기 시작했고, 사용자는 편의제공을 일방적으로 없애면서 노사갈등을 만들고 이를 기회로 복수노조 설립을 지원하는 노조파괴를 실행에 옮겼다. 이제는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노조가 사용자의 경영권을 제약하는 불합리한 단협조항을 없애라면서, 전임자급여 문제나 직접적인 운영비 원조만이 아니라 단체협약상 노조의 조합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근무시간 중 활동보장이나 편의제공을 자율시정권고라는 이름으로 개입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부당노동행위라는 이름을 끌어다 붙여 길을 터놓자, 사용자들은 귀신같이 길목마다 올무를 걸어 놓았다. 서울의 한 사업장에서 사용자는 단체협약을 통해 조합원 복지비용으로 지급하기로 한 노사발전기금을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면서 2년여간 지급했던 1천여만원을 모두 환급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수년 동안 사용자가 조합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체불액과 계약직 노동자에게 지급하지 않았던 차별임금을 노사 간 화합과 회사 발전을 기대하며 조합원들이 체불임금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받기로 한 기금이었다. 매월 조합원들의 회식비나 경조비 등으로 사용해 왔던 것인데, 사용자는 노사관계가 악화되면서 지급을 중단했다. 조합원들이 대거 탈퇴하고 나자 이제 와서 운영비 원조라고 우기면서 이미 4년 전에 지급했던 막대한 금액을 아직 노조에 남은 단 한 명의 조합원에게 환급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원주의 한 대학에서는 이미 4년 전부터 근로시간면제 합의를 통해 1명의 전임자에게 근로시간면제를 통한 급여지급을 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사용자는 단체교섭 지연의 핑계로 2013년에 체결한 단협의 효력을 문제 삼았다가 노동위원회와 노동부로부터 단협이 유효하다는 유권해석을 받고 나서야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그런데 노동지청장이 변경된 이후 노동부가 오히려 단협 무효를 언급하면서 노사관계가 악화됐고,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생기자 이제 사용자는 5년 전부터 적법하게 지급돼 왔던 근로시간면제자 급여를 모두 환급하라고 요구했다.

노동부가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의 칼자루를 쥐어 주는 해괴한 일은 이것 말고도 많다. 경남의 한 사업장에서는 경영자가 회사 재산을 횡령·배임하고 경영악화를 유발하자 노조가 사용자의 횡령·배임을 고발하고,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그런데 노동부는 정작 노조에 대한 편의제공, 조합간부들의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 유급보장을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고, 사용자는 이를 배임·횡령으로 자신을 고발한 노조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했다.

손해배상·가압류를 통해 노조와 노동자의 삶에 사망선고를 내리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무엇이 다른가. 더 기막힌 차이라면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이용해 노조의 목줄을 서서히 조인다는 점이 아닐까.

복수노조 시대 이후 부당노동행위는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하는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한다면 이런 신종 부당노동행위를 막을 수 없다. 설사 과거 노사합의가 운영비 원조의 성격이 있었다 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 시정의 칼날이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노조를 겨냥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이기 때문에 철저히 막아야 한다. 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를 제때 막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노조를 잡는 부당노동행위에 앞장서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박주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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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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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슨말 2016-12-26 11:48:48

    참 편향적으로 글 잘 쓰셨네요. 현업 노사담당자로서 한 말씀 드립니다. 현재 대기업에는 기존의 강력한 기득권을 유지하여 경영자 위에 노조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불합리한 관행들이 존재합니다. 소수노조라도 하나 생기면 그 거대노조는 본인들이 가진 무시무시한 기득권으로 소수노조를 탄압하죠. 사측이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악용했다고 하는데 지급히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으로 바로 잡으려는게 왜 악용이죠?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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