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직종, 비슷한 규모의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은 얼마일까.

노동자 개인뿐만 아니라 인사관리를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궁금해할 만한 사항이지만 이런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어떤 직종의 평균임금은 얼마’라는 식의 개괄적인 정보만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종과 기업규모를 감안한 체계적인 임금정보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31일부터 정부가 운영하는 임금·근로시간 정보시스템(wage.go.kr)을 통해 업종과 직종, 기업규모에 따른 임금수준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같은 직급을 구분한 임금정보를 보여 준다는 것이 특색이다.

예컨대 종업원 400명인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경영지원·행정 사무직 과장급 인사의 일반적인(임금 중윗값) 연봉은 5천68만8천원(시급 2만4천원)이다.<표 참조> 야간·휴일근로에 따른 초과급여를 제외한 정액급여와 상여금(월할특별급여)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종업원 500인 이상 금융·보험업 사무직 대리급 인사의 일반적인 연봉은 6천272만6천원(시급 2만9천700원)이다.

모든 조건이 같더라도 기업별 경영사정에 따라 임금수준이 다를 수도 있다. 노동연구원은 이에 따라 임금 중윗값과 함께 하위 25번째와 상위 25번째 임금수준도 같이 제시했다. 이를테면 종업원 400명 제조업체 사무직 과장의 하위 25번째 연봉은 4천266만2천원(시급 2만200원), 상위 25번째 연봉은 6천399만4천원(시급 3만300원)이었다. 소위 잘 나가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임금수준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수 있는 셈이다.

임금수준은 각각 다른 노동시간을 감안해 시간당 임금으로 제시했다. 연봉을 구하려면 '경영지원·행정 사무직 기업규모·업종·직급별 시간당 임금' 표에서 찾은 시간급에서 월 소정근로시간인 176시간(주 40시간 기준)을 곱한 후 다시 12개월을 곱하면(시간당 임금×176×12) 된다.

연구원은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2천899개 사업체 노동자 33만2천883명의 자료를 토대로 임금정보는 분석하고 있다. 우선 사무관리직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는데, 임금·근로시간 정보시스템에서는 한국고용직업분류(KECO)에 따라 사무관리직을 경영지원·행정 관련 관리직, 영업·판매 관련 관리직, 생산 관련 사무원, 회계·경리 관련 사무원 등 14개 직종으로 세분화한 임금정보를 제공한다.

연구원은 앞으로 생산직·연구개발직·영업판매직·보건의료직 등 다른 직종에 관한 임금정보를 순차적으로 분석해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조사 대상이 종업원 100인 이상 사업체라서 소기업·영세기업 노동자 정보가 포함되지 않았고 기업마다 직무·직급 구별 기준이 조금씩 달라 분류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분석을 진행한 오계택 노동연구원 임금직무분석센터 소장은 “기업에서 실제 적용하고 있는 임금수준에 가장 가까운 임금정보를 업종·직종·직급과 기업규모 같은 다양한 분류에 따라 보여 주고자 노력했다”며 “임금체계를 개편하거나 근로자 채용시 적정한 임금수준을 책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시장임금 정보로서 기업 인사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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