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24일 오전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성과연봉제 분쇄와 관치금융 저지를 위한 9·23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2011년 파란 눈의 경영진이 요구한 것도 박근혜 정부와 같은 성과연봉제였습니다. 그 결과 은행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했어요. 전체 지부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금융산업이 파멸의 길을 걷게 될 게 뻔합니다.”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 산하 전국은행산업노조협의회 의장인 서성학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2011년 지부가 진행한 64일간의 파업에 조직담당 부위원장으로 참여했다. 금융권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될 정도로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파업 성과는 크지 않았다. 경영진은 파업이 끝나자 성과연봉제가 적용되는 직원을 별도로 채용하고, 관리자를 전문직으로 전환했다. 성과를 내건 영업점 통폐합으로 수백여개의 점포가 사라졌다.

5년이 흐른 지금 SC은행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2014년 75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은 데 이어 지난해 무려 2천87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중 고객신뢰도는 최하위권이다.

서 위원장은 “경영진이 퍼뜨린 실적지상주의로 SC은행은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중”이라며 “노동자들을 아귀다툼으로 내모는 사용자와 정부에 맞서 모든 것을 걸고 뭉쳐 싸우자”라고 호소했다.

"3만~4만명으로 부족" 지부별 조직 동원 착수

노조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해고연봉제 분쇄 및 관치금융 철폐를 위한 총파업 4차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간부와 조합원 500여명(노조 추산)이 참석했다. 노조는 전날 중앙위원회를 열어 다음달 23일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같은달 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과하면 파업에 관한 공식적인 의사결정 절차는 마무리된다. 조합원들은 지난달 열린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5.7%의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지지했다.

노조는 매일 오전·오후에 걸쳐 산하 지부를 순방하며 지부 간부들과 연석회의를 한다. 조직별 파업 결의도 잇따르고 있다. NH농협지부는 최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전체 조합원 1만5천500여명 중 휴직자와 연수자를 제외한 1만4천200여명을 참여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지방 조합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227대의 버스를 예약하고, 총파업 관련 자체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지부는 휴직자·연수자를 제외한 2천1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산하 민주평등연대 소속 지부들도 조만간 전체 간부 결의대회를 연다. 기업은행지부는 현재 진행 중인 분회순방에서 조합원들과 ‘파업참여 인증샷’을 찍어 SNS로 공유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문호 위원장은 “3만~4만명 규모로는 우리의 의지를 보일 수 없다”며 “보여 주기 식 파업은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노동자와 조직의 미래를 걸고 사즉생의 각오로 10만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 총파업을 반드시 성사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조합원 전원 집결" 투쟁지침 내려보내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관치금융·성과연봉제 철폐 총파업만이 해답”이라고 외쳤다. 김대업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민생을 파탄 낸 정부가 노동자 팔을 비틀고 목을 조르고 있다”며 “전체 조합원 참여로 산업은행 노동자들이 총파업의 시작과 끝에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용진 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은 “금융기관은 신의 직장이 아니라 노동자의 직장이고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기득권이 아닌 내 가족의 생존권”이라며 “총파업 투쟁으로 승리해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 가자"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를 저지하고, 금융공기업 불법이사회를 무효화하고 민간 확산을 막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조는 이날 투쟁지침 1·2호를 발동했다.

노조는 “34개 지부는 총 조합원의 90%, 즉 휴직자와 연수자를 제외한 근무 조합원 전원을 총파업 장소에 집결시키고 26일까지 투쟁·홍보·순방 계획을 수립해 29일까지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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