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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세습’ 비판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고용세습’ 단체협약 적발, 이런 제목이었다. 지난 18일 뉴스 기사였다. 노동뉴스를 검색하다 이런 제목의 뉴스를 읽었다. 또 다시 시비인가, 이번에도 경총일까 아니면 고용노동부일까 하며 누가 적발을 했다는 것인지가 궁금해서 기사 내용을 읽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STX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한진중공업의 단체협약에 '고용세습'을 용인하는 위법 조항이 있음을 적발했다고 신보라 새누리당 의원이 18일 보도자료를 작성, 배포했다. 이것이 뉴스로 보도됐다는 거였다. 뭐 이런 류의 노동뉴스가 그런 것처럼 기자가 직접 취재한 기사는 아니었다. 배포처가 작성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쓰기 해서 보도한 게으른 뉴스를 제목에 끌려 나는 읽었다. 정규직 기득권이라고 수도 없이 비난해 왔던 바로 그 ‘고용세습’이었다. 대기업 귀족노조의 단체협약에 으레 규정하고 있다는 그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뭐 그런 협약을 아직까지도 남겨둬서 적발당하고 난리란 말이냐, 괜히 노동자, 노조가 욕먹을 거리를 만든단 말이냐며 그저 지나치지 못했다. 사용자의 지위가 자본의 상속을 보장하는 상속법으로 당당하게 세습이 되니까 이젠 노동자의 지위도 마찬가지로 세습이 되는 것을 한다는 말이냐, 그런 걸 대기업 정규직노조가 단체협약으로 정해놨다니 역시 귀족노조라고 할 만도 하다고 나는 그저 그렇게 무심히 읽지 못했다.

2.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는, 단체협약에서 STX 조선해양 창원지부는 '업무상재해·개인질병 사망시 직계가족 우선채용'을 규정하고, 성동조선해양 통영지부는 '업무상재해·질병 사망시, 장해시 가족 우선채용'을 규정하고, 한진중공업 부산지부는 '업무상재해 사망시 유족 우선채용'을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 두 사업장의 경우는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을 경우에 그 가족을 우선채용해 주도록 한 것이고, 한 사업장은 여기다 다쳐 장해를 입은 경우에 그 가족을 우선채용해 준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사용자 자본의 세습은 소유권으로 상속이 당연한 것이라고 시정할 일이라고 시비하지 않는다. 그런데 노동자는 그렇지 않다. 사업장에서 노동자로서 지위를 상속받는 일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고용계약에 관한 민법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근로계약으로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에서 특별히 이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노동자의 지위를 상속하기로 정한 근로계약이 있다면 그것은 효력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자유를 구속하는 계약이라서 유효하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자유의 구속이 아닌 계약이라면, 상속이 강제가 아니라 선택이라면 권리로서 노동자가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무효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에서 고용세습이라는 비난은 이런 노동자의 자유 침해의 지점에서 문제 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는 자유의 침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권리로 보장받겠다고 노동자를 대표해서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에서 규정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근로계약의 다른 당사자인 사용자의 계약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니 일하다 죽어도, 일하다 더는 일할 수 없는 장애를 입어도 비난받아야 할 일이라는 것이라고 고용세습이라며 위법 운운하며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은 보도자료까지 배포해서 정부, 즉 고용노동부를 질타하며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하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뻔뻔한 세상이다. 제 사업을 위해 부려 온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으면, 다쳐 더는 일하지 못하게 됐으면 그가 부양해 온 가족들과 그의 생계도 사용자가 책임을 져 줘야 하지 않느냐는 요구가 도대체가 못돼 먹은 거라고 당당하게 시정명령하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적어도 살 수 있도록 생계를 보장해 주거나 일자리를 주는 나라의 국회의원이라야 이 말은 뻔뻔함을 면할 수 있을 것인데, 그러나 이 나라는 아직 아니다. 사회보험 등의 복지 수준이 복지제도라고 부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일하지 않아도 생계를 보장해 주는 복지국가는 아니다.

3. 업무상재해로 사망했으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았으면 됐지 무슨 유족 우선채용이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고용세습’을 적발했다며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배포한 의원도 그래서 당당하게 노동부에 시정명령하도록 하라고 촉구했을 것이다. 그런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재해로 사망한 경우 유족급여로 평균임금의 1천300일과 여기에 장의비로 120일분을 지급토록 하고 있다(제62조·제71조). 산재 사망 노동자가 잔업·특근을 많이 해서 평균임금액이 높다 해도 장례를 치르면서 들어가는 장의비를 제외하면 그 1천300일분으로 남겨진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1일 평균임금이 10만원이면 1억3천만원이고, 20만원이래야 2억6천만원이다. 이는 2016년 기준 중위소득(4인 가구) 439만1천435원을 기준으로 해서 보면 29.6개월, 59.2개월 정도라서 2년반에서 5년까지 생계를 유지할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물량감소로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조선사업장에서 잔업·특근은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니 기껏해야 기본급에 통상수당 몇 가지, 그리고 상여금이 평균임금에 산입될 임금항목의 전부일 것인데, 대기업에서 20년 이상 근속한 생산직 노동자가 회사 통상시급이 1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1만7천원 정도인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낮은 시급으로 잔업·특근 등 초과근로 없이는 중위수준의 생활보장이 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노동현실이다. 1일 13만6천원(1만7천원×8시간)의 평균임금으로 유족보상을 받으면 1억7천680만원을 받게 된다. 약 40개월, 3년반도 안 되는 기간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산재보상금액이다. 도대체가 그에 따른 보상을 받았으면 됐지 무슨 유족 우선채용이냐고 할 정도가 되지 못한다.

4. 사망한 노동자의 가족이 우선채용된다는 것이 특혜라고 말해 왔다. 그래서 그런 단체협약을 두고 있는 사업장의 노조는 귀족노조라고 비난받아 왔다. 대기업 정규직의 귀족노조가 문제라고 비난받아 왔다. 그런데 이런 단체협약 조항이 중소사업장에는 없을까. 중소사업장에 이런 단체협약이 체결돼 있다면 뭐라고 비난할 것인가. 대기업 귀족노조가 아니라 중소기업 귀족노조라고 비난할 것인가. 만약 귀족 근처에도 가지 못했을, 최저임금 수준의 중소사업장이라도 특혜라고 귀족노조 운운하면서 비난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더 묻고 싶은 게 있다. 우선채용된다는 가족은 어느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조선사업장에서 고졸 생산직으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의 가족이 대졸 사무관리직으로 우선채용될 권리라도 부여한 것일까. 단체협약 어디에도 대졸사원으로 우선채용키로 한다는 내용은 찾을 수가 없다. 그러니 ‘고용세습’의 단체협약대로라면 생산직으로 일하다 죽은 노동자의 자식은 생산직으로 우선채용돼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걸 두고서 나는 대단한 특혜라고 비난하지 못하겠다. 이걸 두고서 권리라며 행사할 유족이 얼마나 될지 나는 도무지 알지 못하겠다. 물론 내가 없을 거라고 단정해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내하청·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정규직은 꿈일 것이다. 정규직보다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존재하는 조선사업장에서는 특히 그럴 것이다. 그들에게 업무상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가족을 우선채용한다는 단체협약은 분명히 특혜일 수 있겠다. 만약 이걸 두고서 특혜라고 적발했다며 시정명령토록 하라고 보도자료로 촉구한 것이라면 비정규 노동자 처지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나는 뉴스를 읽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니다. 그런 취지의 보도자료였다면 조선사업장에서, 제조업 사업장에서 사내하청·비정규직을 근절할 대책을 마련해서 노동부에 법 집행을 촉구하고 입법안을 발의한다는 것이어야 했다. 사내하청을 금지할 대책도, 비정규직을 폐지할 입법도 추진하지 않고서 업무상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가족을 우선채용한다고 비난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5. ‘세습’은 분명히 비난받아야 한다.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난다는 것이 권리고 권력인 세상은 비난받아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재산 상속권의 보장으로 사용자 자본의 상속이 당연하게 보장되는 법·제도도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 더구나 우리의 경우는 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 자본의 ‘세습’에서는 세법이 정한 대로 상속세를 납부하고서 하는 경우는 드물다. 분명히 ‘세습’된 자본은 30억원을 초과한 규모로서 최고 세율 50%가 적용돼서 상속전의 사용자 자본의 50%는 국고로 환수됐어야 했음에도, 그랬다면 2세·3세·4세로 이어지는 이 나라의 재벌 ‘세습’은 벌써 종지부를 찍고, 어쩌면 세금 납부할 현금이 없어 주식으로 대납하느라고 국가가 지배주주로서 벌써 공적 소유로 환수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아니었다. 바로 이런 자본세습이 비난받아야 할 일이다. 그런데 아무런 비난이 없다. 분노도 없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모호한 편법과 탈법이 판을 쳐도 자본세습에 대해선 제대로 된 비난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사용자 자본에게 우선채용해 달라는 요구가 부당하다며 ‘세습’이라고 비난을 하고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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