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인정신병원 이사장을 서울시 공무집행방해와 조합원 취업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윤자은 기자

환자 인권 침해와 정리해고로 논란을 일으킨 용인병원유지재단이 지난해 서울시와 위수탁 계약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의 업무를 방해하고 직원들을 속여 온 사실이 들통났다. 재단이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던 서울시립용인정신병원 계약해지를 재단이 직접 시에 통보하고, 서울시가 요청한 직원들의 고용승계 요구에도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의료노조는 22일 이효진 용인병원유지재단 이사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근로기준법 위반(취업방해)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소했다.

◇서울시 감사에 뿔난 재단=재단은 용인정신병원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서울시립용인정신병원·경기도립정신병원·경기도노인전문용인병원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탁운영했다. 서울시립용인정신병원은 87년부터 28년간 서울시와 위수탁계약을 연장하며 운영했다. 지난해 9월 계약이 종료되고 수탁기관은 서울의료원으로 변경됐다.

노조 용인병원유지재단지부(지부장 홍혜란)는 “계약 종료 당시 재단은 직원들에게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며 “서울시가 전체 직원 83명의 고용승계가 아닌 23명만 계약직으로 채용한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단측은 지난해 3월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재수탁 의사가 없음을 통보했다.

재단과 서울시 사이가 틀어진 것은 서울시 감사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시립용인정신병원은 시에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수익창출형 위탁기관이다. 27년간 감사를 시행하지 않다가 2014년 시정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17개 분야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재단은 △환자 급식재료 허위 지출 △의약품 특정업체 수의계약 △법인카드의 불분명한 사용 △운영비로 비상근 임원에 대한 임금 지급 등 11개 부정사항을 지적받았다.

서울시는 전 이사장(현 이사장의 부친)을 배임 혐의로 수원지검에 수사의뢰했다. 이후 재단은 감사 결과와 서울시 의료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서울시는 “이후 두 차례의 수탁기관 공개모집 공고에도 용인병원유지재단은 지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단은 계약기간 만료 하루 전에 △지도점검 3개월 전 미통보시 위약금 5억원 지급 △서울시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에 협약기간이 3년으로 명시돼 있음에도 5년 이상 제안 △병원 진입로 사용료 연 7천만원 지불 등 무리한 요구로 인해 협상이 무산됐다. 시는 재단과 위수탁계약을 포기하고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에 위탁했다는 것이다.

◇고용안정 약속해 놓고 반년 만에 정리해고=서울시는 지난해 9월 위수탁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재단에 공문을 보내 “근무인력 83명에 대해 고용승계를 하겠다”며 인력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다. 그런데 재단측은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계약기간이 종료되고 한 달이 지난 뒤에 제공했다.

이에 대해 지부는 “이러한 사실을 직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고용승계를 막았다”며 “23명만 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서울의료원에 가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부에 따르면 재단은 각서를 받고 직원들의 고용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재단이 지난해 10월22일 서울시청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 직원들이 동원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부는 “재단측이 장애인이 있어야 집회에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며 다리가 멀쩡한 직원을 휠체어에 태우고 말 잘하는 직원을 뽑아 재단이 작성한 성명서를 읽게 했다”며 “당일 필수 인력을 제외한 직원 100여명을 데리고 서울시청 앞으로 데리고 갔다”고 주장했다.

올해 6월10일 재단측은 경영이 어렵다며 직원 20명을 정리해고 했다. 홍혜란 지부장은 “그동안 재단에 속아 온 사실을 알고 직원들은 배신감을 강하게 느꼈다”며 “고용승계를 방해하더니 이제와서 인력이 남는다며 직원들을 정리해고 했다”고 말했다.

지부는 이날 현재 75일째 파업을 벌이며 해고자 복직과 고용 안정, 법정 통상임금과 퇴직금 지급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이달 10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직원 20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했다. 이와 관련해 <매일노동뉴스>는 회사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회사측은 "담당자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편 지부는 파업투쟁을 현장투쟁으로 전환하고 해고자 20명을 제외한 조합원들은 이달 24일 현장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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