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14일 열린 '2016년 임금협상 승리를 위한 쟁의대책위 출범식'에서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아이레이버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이 공전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노사의 이견이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노동조합은 릴레이 파업으로 회사측을 압박하고 있지만, 내수 부진으로 재고 차량이 쌓여 있는 상황이어서 파업효과가 제한적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지부장 박유기)가 18일 올해 들어 10번째 시한부파업을 벌였다. 오전·오후조 근무자들은 각각 4시간 파업에 동참했다. 지부는 19일에도 금속노조 소속 17개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부·지회가 참여하는 공동파업에 동참한다.

시한부파업만 열 번, 현대차지부 '진퇴양난'

올해 임금협상의 핵심 쟁점은 임금피크제다. 현대차는 만 59세에 기본급 동결, 만 60세에 전년 기본급 대비 10%를 다시 줄이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해 왔다. 회사는 지금 수준보다 임금삭감 폭을 훨씬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협상 자리에서 윤갑한 현대차 대표이사는 “임금피크제 확대에 대한 결과가 없다면 올해 협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강수를 뒀다. 그러면서 △기본급 1호봉 인상(평균 1만4천400원) △성과금 250%+일시금 250만원 지급 △개인연금 지원금 5천원 인상으로 구성된 일관안을 제시했다. 사실상 임금동결안에 가깝다.

지부는 회사측 일괄안에 대해 “검토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지부 입장에서 보면 임금피크제 확대는 정년은 그대로 두고 임금만 깎자는 얘기다. 여기에 회사는 동결 수준의 임금인상안까지 내놓았다. 회사가 지부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파업을 유도하는 모양새다. 임금피크제 단일 사안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보니, 또 다른 교섭 쟁점인 통상임금 문제는 다뤄지지도 못했다.

회사가 임금피크제 문제와 관련해 강수를 두는 배경은 무엇일까. 회사는 “노조가 임금피크제를 거부하면 국민과 고객의 안티 여론이 증가하고, 이는 판매 감소와 고용불안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내외 판매실적 부진과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 여론의 책임을 노조에 떠미는 식이다.

경기침체에 발목 잡힌 제조업 분야 임단협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지부가 임금피크제 반대를 내걸고 파업을 벌이더라도 회사가 입게 되는 피해가 별로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노조가 36시간이나 파업을 벌였는데도 9천여대의 공피치(인위적인 생산물량 감축)가 발생했고 재고 또한 줄어들지 않았다”며 “노조는 회사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부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라, 쌓여 있는 재고를 처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파업으로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손실이 크지 않으니, 파업을 막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요컨대 올해 현대차 노사 협상의 핵심 변수는 경기침체와 판매부진 같은 외부적 요인이다. 비슷한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나 제조업 부문 임금·단체협상이 현대차의 전철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비교적 높은 조직력과 강한 파업동력을 갖고 있는 제조업 노조들이 올해 임단협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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