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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청년실업엔 '쩔쩔' 청년수당엔 '몽니'
정말 안타깝다.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비를 둘러싼 논쟁이 법정공방으로 귀결되고 있으니 말이다. 보건복지부는 4일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비 지급에 대해 직권 취소처분을 내렸다. 전날 복지부는 시정명령에 내린데 이어 직권 취소라는 극약 처방까지 밀어붙인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대법원에 복지부의 직권 취소에 관한 취소 가처분 소송을 낼 것”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시와 복지부가 대립각을 세우니 관심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다툼에 쏠리고 있다. 사회보장법 26조에 따르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복지부는 서울시가 사회보장법 26조를 어겼다고 주장한다. 결국 서울시와 복지부의 논쟁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는 상황으로 내 몰렸다. 도대체 사법부는 중앙정부 또는 자치단체의 정책을 어떤 잣대로 판단할 수 있을까. 결국 사법부가 내릴 수 있는 판단은 서울시의 행정절차 준수 여부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최악이다. 청년고용대책의 알맹이는 쏙 뺀 논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권은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비에 대해 “도덕적 해이, 마약성 진통제”라고 규정했다. 당사자인 청년들의 의견을 듣거나, 고려하지 않은 비난성 논평이다. 이러다 보니 취업절벽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해결책을 위한 논의들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청년들의 구직과 사회활동을 돕겠다는 서울시의 사업 취지도 아예 무색해졌다.

서울시는 당사자인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해 청년활동지원 사업을 만들었다. 대상은 서울에 거주하는 19~29세 중위소득 60% 이하의 정기 소득이 없는 미취업자다. 약 50만2천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대상자 가운데 약 3천명에게 6개월 동안 지원하기로 했는데 6천309명이 지원서를 냈다. 서울시는 지난 3일 약정서에 동의한 2천831명에게 활동비를 지원했다. 서울시의 연간 예산으로 환산하면 약 90억원이 이 사업에 투입된다.

서울시 사업에 지원한 청년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원서에 담긴 실패담과 지원 동기는 청년고용대책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서에서 청년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한 것은 취업실패와 생활고였다.

서울시가 의뢰해 분석한 빅데이타에 따르면 지원서에서 나타난 핵심 키워드는 취업·준비·공부였다. 청년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마련해야 했고, 이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 보니 취업 준비시간이 부족했다. 이것은 취업성공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원서를 낸 청년들은 취업실패→수입없음→아르바이트→시간부족→준비실패→취업실패라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청년활동지원비를 지급하면 어려움을 겪는 청년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적어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지 않고 청년들이 구직활동 또는 취업시험 준비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2.9%로 치솟아 외환위기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6월에는 10.3%로 한 풀 꺾이긴 했으나, 역대 최고 청년실업률이라는 부끄러운 수치는 여전하다. 중앙정부가 여러 가지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이래 중앙정부가 발표한 청년실업대책만 스무 차례가 넘었다. 그런데도 청년 고용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청년고용대책에 대해 열린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는 청년이 처한 상황을 좀 더 살피고, 다양한 정책 실험을 권장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서울시 청년활동지원 사업에 대해 면밀하게 살피고, 그 효과에 예의주시해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중앙정부가 서울시의 정책 실험을 권장하긴커녕 어깃장만 놓아서야 되겠는가.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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