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준상 전 KBS 이사

정부의 호명(불러 주기)을 애타게 기다리는 어떤 ‘이득’이 있다. 시퍼렇게 시장에서 화폐로 환산되는 어엿한 이득이다. 가사노동처럼, 사회적 의미가 상당한 가치를 창출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데도 화폐 이득으로 환산되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과 견줘 보면 과세 형평성을 떠나 해도 너무한 일이다. 증권양도차익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꽤나 상징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자본소득에 세금을 더 물려서 근로소득의 절반 수준인 최고세율을 동일하게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에 세금을 많이 물릴 경우 ‘자본 도피’ 때문에 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에 ‘바닥을 향한 경쟁’을 부추기던 기존 태도를 확 바꾼 셈이다. 쉽게 말해, 주식을 포함한 각종 증권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서인지, 정부가 2016년 세법 개정안에 증권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시킬지를 놓고 저율질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들린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지분 1% 또는 25억원(코스닥의 경우 지분 2% 또는 20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는 20%(지방세 포함 22%)의 양도세를 내는데, 이 범위를 확대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21일 발언한 내용을 보면 '이런저런 어려움'을 얘기한 정부가 확대할 가능성은 낮은 듯하다.

현재 증권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릴지 말지 하는 관습적인 기준은 대주주니 소액주주니 하는 것이다. 주식 보유량의 많고 적음의 기준을 그때그때 정부가 판단해 정하고 있다. 어느 기업의 지분 1~2%나 20억~25억원 정도의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면 세법상으로 따지면 대주주가 아니니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인정해 주는 셈이다. 이렇게 화폐 이득으로 환산되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는 범위는 주식·채권과 전환사채(CB) 같은 혼합증권, 파생결합증권, 펀드 등이다. ‘주주 자본주의’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주주 자본주의 자식들을 홀대(?)하는 꼴이다.

OECD의 노선 수정도 있는 만큼 발상을 바꿔 보자. 근로소득과 비교해서 말이다.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면세 비중은 48% 정도 된다. 근로소득 계층 중에서 하위 48%는 이런저런 면세 혜택을 등을 통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비율이 너무 높으니 낮춰 나가야 한다는 얘기가 꾸준히 있었다. 이 비율을 근거로 자본이득 과세 강화에 대해 근로소득 면세점부터 바로잡으라고 딴지를 거는 목소리도 많던 터였다.

역발상을 해 보자. 증권양도차익 면세비율도 48% 정도만 되게 하고, 과세하자는 것이다. 과세가 되는 ‘대주주’들만을 대상으로 한 수치를 기준으로 적당한 기준을 설정하면 된다. 법정 최저임금이나 고용보험 실업급여 상한액으로 설정해도 무방할 듯하다. 국세청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8~2010년 이들의 주식양도차익은 21조원이었다. 같은 기간 대주주 범위는 훨씬 더 좁았던 것을 감안하면, 양도차익 규모는 훨씬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도차익 과세율은 중소기업 10%, 대기업 20%다. 이것 역시 터무니없기는 마찬가지다. 2013년 상장·비상장 주식 100억원을 초과하는 양도차익을 거둔 98명의 총 양도차익은 2조9천456억원으로 1인당 양도차익은 약 300억원이나 됐다. 그러나 낸 세금은 1인당 평균 50억원으로 세율은 16%를 조금 넘는 데 그쳤다. 근로소득세 최고세율 24%를 훨씬 밑돈 것이다.

증권양도차익은 근로소득과 견줘 전면 도입하면 된다. 면세 비율은 48% 정도로 하되 근로소득에 맞춰 단계적으로 낮춰 가며 세율은 증권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근로소득처럼 누진세율로 하면 된다. 이중과세 소지가 있는 증권거래세(현재 상장주식 0.3%, 비상장주식 0.5%)는 점진적으로 낮춰 폐지하면 된다. 거래 때마다 딱딱 걷히는 증권거래세 세수(2015년 4조6천700억원)의 편안한 단맛에 길들여져 더 이상 세금 거둘 수 있는 화폐 이득으로 불러 주는 일을 늦춰서는 안 될 듯하다.

전 KBS 이사 (cjsang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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