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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해고는 계속 되고 있다최강연 공인노무사(정의당 정책미래내각 노동부 사무국장)
▲ 최강연 공인노무사(정의당 정책미래내각 노동부 사무국장)

“우리의 국가는, 우리의 정치공동체는 평범함을 벌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웹툰 <송곳> 중에서)

정부가 지난 1월22일 관제 간담회마저 이틀 만에 졸속적으로 끝내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만들어 낸 공정인사 지침(쉬운 해고)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완화 지침)을 발표·시행한 지 다섯 달이 지났다.

고용노동부는 직무능력·성과중심 인력운영 체계를 정착·확산한다며 ‘능력중심인력운영지원단’ 운영과 노동개혁(이라 쓰고 노동개악이라 읽히는) 현장실천을 위한 ’노사상생지원과‘를 출범하는 등 관련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의당은 위헌·위법인 정부 양대 지침은 무효이므로 당연히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월 ‘쉬운해고방지센터’를 열었다.

저성과자 프로그램 “로마시대 검투사 된 느낌”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은 거의 유사한 공식을 갖고 있다. 회사는 인사평가를 통해 저성과자를 선발하고, 역량향상 교육을 진행한 후 대기발령이나 전환배치하면서 권고사직이나 희망퇴직을 유도한다.

서울시 서초구 A기업 ㄱ씨는 저성과자 교육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 역량향상에 초점을 둔 교육보다는 상사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 싸움을 시키는 교육방식에 의해 마치 로마시대 노예 검투사가 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노조도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문제제기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강한 무기력감과 모멸감을 토로했다.

쉬운 해고지침 시행이 노동현장에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도 여실히 드러났다. 서울시 서초구 B기업 ㄴ씨 경우에는 수년 전 사업장에서 한 차례 시행됐던 저성과자 교육프로그램을 통한 해고가 이번 정부 지침 시행을 계기로 ‘부활’됐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인사평가제도 현황과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2015년)’에 따르면 저성과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의 절반 가까이는 교육 기간이 고작 일주일이었고, 강제할당 방식 평가는 67%에 이르렀다. 교육프로그램이 역량을 진단하고 직무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퇴출을 위한 하나의 수순 밟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전경련,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민낯

양대 지침과 노동악법은 모두 전경련의 오랜 숙원으로 2014년 11월 청와대 규제개혁위원회가 접수하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처리사항으로 국무조정실로 넘겨진 내용이다.

재벌대기업 이익단체인 전경련은 최저임금 인상 반대를 비롯해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등 우리 사회의 공적가치를 외면하고 있다. 자신들 스스로 선포한 기업경영헌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버이연합에 수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어버이연합은 전경련에게 돈을 받은 시기 전후로 각종 친정부·친재벌 옹호 집회를 잇달아 개최했다.

전경련은 수천억원을 배임·횡령한 기업인의 선처를 요구하고, 반대기업정책 입법 저지를 위한 국회 활동을 강화하는 등 우리 사회 법치를 흐리는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이제는 전경련의 청부사항이 쉬운 해고지침으로 둔갑해 헌법과 근로기준법을 무력화시키고, 노동현장에서 손쉬운 해고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해고 제한 법·제도 마련, 노동존중 실현 출발점

해고는 단순히 근로계약관계 종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해고로 인한 일자리 부재는 사회적 고립과 절망감, 인간의 존엄성마저 훼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법은 해고를 쉽게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고가 쉬운 나라다. 개별·집단해고 보호지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에서 22위를 차지하고 있고, 재벌대기업은 20대 신입사원까지 명예퇴직을 시키며 그 빈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다.

제대로 된 노동개혁을 위해서는 해고를 강하게 제한하는 법 규제가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를 개정해 사용자가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노동자를 배치전환, 교육훈련 명령, 폭언·폭행 등 괴롭힘을 행사할 경우 해당 인사명령을 무효화해야 한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제도 또한 개선이 시급하다. 부당해고 판정 불이행시 부과되는 이행강제금이 적다 보니 사용자가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업장 규모와 매출액에 근거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부당해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노동개악을 노동개혁이라 호도하며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 그들이 말하는 국민 속에 힘없고, 돈 없고, ‘백’ 없는 노동자는 과연 있기나 한 것인가.

헌법 제32조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조건의 기준을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온갖 편법과 불법으로 ‘사용자 마음대로’ 해고가 쉽지 않을 때 노동존중 실현은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최강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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