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서울특별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 공청회. 정기훈 기자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노동이사제(근로자이사제)와 관련해 당사자의 노조 탈퇴 조항을 없애고 사용자 성격을 가진 사람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미경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29일 오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특별시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 공청회’에 참석해 “노동이사의 자격기준이 모호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시는 이달 16일 ‘서울특별시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8월 말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하고, 통과되면 10월부터 시행한다. 서울시 산하 공사·공단·출연기관 중 노동자 30명 이상인 15곳에 적용된다. 이날 공청회는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하기 전에 전문가와 시민사회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사용자에 가까운 간부, 노동이사 될까 우려

서울시 조례안은 노동이사로 임명되는 사람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조합원일 경우 노조를 탈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이사제 취지를 감안해 법을 개정해서라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 의원은 “노동이사제 취지는 근로자를 기업경영의 한 주체로 보고 이사회에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라는 것”이라며 “노동이사로 임명되면 노조를 탈퇴해야 한다는 것은 근로자 이익을 대변하는 기본취지조차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관련법에 반한다면 이를 개정하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등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이사 자격을 재직기간 위주로 설정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조례안은 해당 기관에서 5년 이상 일한 노동자 중 남은 근로계약 기간이 이사 임기(3년) 이상일 경우 공모자격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나머지는 각 기관 정관이나 내부규정에 따른다.

권 의원은 서울시 산하 A공사의 ‘임원추천위원회 설치·운영 규정’을 예로 들며 “사용자 지위에 가까운 간부급 근로자도 노동이사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A공사는 “기타 ○○○ 경영과 관련하여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를 임원후보 자격으로 삼고 있다.

권 의원은 “취지에 맞도록 노동이사는 사용자 지위의 성격을 가진 자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며 “노조가 추천을 한다든지 근로자를 대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동이사 자격기준을 명확히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노동이사 추가 확보 여지 둬야"

300인을 기준으로 설정된 노동이사수를 늘릴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례안은 근로자 300인 이상 기관의 경우 노동이사 2명, 300인 미만은 1명을 두도록 명시하고 있다.

오윤식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근로자이사를 최소 2인으로 두되 300인 이상인 공사의 경우 근로자이사 정수가 비상임이사 정수의 3분의 1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관을 통해 이를 증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이사제 자체에 대한 의견도 쏟아졌다. 이형준 한국경총 노동법제연구실장은 “신속한 경영판단이 필요한 기업부문의 경우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할 경우 의사결정이 더디게 진행되고, 고통분담 차원의 개혁에 대한 노조 동의를 받기 힘들어 공기업 경영이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호균 명지대 교수(경영학)는 “위기 국면에서 첨예해지는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할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차원에서 근로자이사제는 필수적인 구성요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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