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30원, 올해 최저임금이다. 노동자들은 이걸로 밥해 먹고 옷 사 입는다. 집세도 내고, 아이들 용돈도 준다. 추상적인 숫자가 아니라 삶이요, 구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달 말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액수를 결정한다. <매일노동뉴스>가 서비스연맹(위원장 강규혁)과 공동기획으로 최저임금 수준이 곧 삶의 질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지면을 마련했다.<편집자>



함께 다 잘삽시다
홈플러스 시화점 임숙희씨

 

 

홈플러스 계산원으로 다닌 지 어느덧 13년. 해마다 월급이 오르긴 올랐다. 100원, 150원, 200원. 월급은 올랐다는데 매년 그대로다. ‘긍정 마인드’를 장착하라는 말인가 보다. 그렇다고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우리들에게 회사는 위안을 주거나 치료 프로그램 한번 해 줬나. 오직 매출이 최우선이고 잘못한 것 없어도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해야 한다. 힘들고 서러워도 살기 위해서는 100만원 남짓 월급이나마 4인 가족의 가장이기 때문에 버틸 수밖에.

기업·정부측 위원님들, 저희는 반찬값이나 벌려고 회사 다니는 것 아닙니다. 비정규직들의 임금이 위원님들 손에 달려 있으니, 이 월급 받고 1년간 살아 보기 한번 해 보시면 어떨까요.

4인 가족의 생계를 남편과 함께 책임지고 있는 가장입니다. 아파트 대출금, 애들 대학 등록금, 생활비 등등. 비정규직인 저희들에게 언제까지 희생하라고만 하실 건지요. 이젠 국가가, 기업이 저희들의 손을 잡아 줄 때입니다. 함께 다 잘삽시다. 함께 웃고 삽시다. 나도 월급 200만원 받고 싶다. 시급 만원 받고 싶다.
 

 

최저임금 1만원이 된다면
홈플러스 동수원점 장경화씨


세전 월급 126만원으로 전세대출 이자 15만원 내고 고등학교 다니는 아이 버스비에 점심 값·용돈·운영회비 25만원, 휴대전화 요금 두 명 9만원, 인터넷에 수도·전기요금 8만원, 아이 아토피 진료비 5만원, 만일을 위한 최소한의 암보험·실비보험 9만원, 식비 25만원, 내 교통비 6만원을 쓴다. 정기적으로 102만원이 지출된다. 옷·신발은 마트 이월상품 중 대충 골라 사고 안경이라도 바꿀라치면 카드 할부로 하면서 참, 간신히 산다.

그런데 내 통장에 월급 209만원이 입금된다고요? 뭘할까. 정기적 지출을 빼고도 107만원이 남는다. 우선 은행에 들러 50만원은 적금을 들고 성당을 통해 나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10만원 정기적 지원을 하고 쉬는 날이면 아이와 팝콘도 하나 사서 남들처럼 영화를 자주 봐야겠다.

맘 내키면 내가 입고 싶은 옷도 한번 골라 볼까? 딸아이에게 유기농 식품을 먹일 수도 있겠다. 아토피에 좋다는 로션도 사고, 하고 싶다는 운동도 하게 합기도 도장을 알아 봐야겠다.

계절마다 좀 덜 붐빌 때 여행도 갔다 올 수도 있겠다. 와! 왜 이렇게 생각만 해도 행복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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