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택석 변호사(법무법인 위드유)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법 2016.5.26 선고 2014가합33869 판결

1. 사건의 경위와 쟁점


원고들 1만1천여명은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소속 조합원들로서 2014년 6월26일 은행을 상대로 연 600%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므로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법정수당(시간외수당·연차수당)과 퇴직금에서 기 지급 법정수당 및 퇴직금을 공제한 차액상당을 추가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정기상여금에 관해 단체협약에 재직자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데 보수규정(취업규칙)에서 재직자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이 정기상여금을 고정적인 금품(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즉 지부보충협약(2013년 12월13일 체결) 제51조는 “은행은 조합원에 대해 정기상여금으로 연 600%를 1월·2월·5월·7월·9월·11월의 첫 영업일에 각 100%씩 지급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재직자 규정이 없는 반면에, 취업규칙 성격을 지닌 보수규정(2013년 9월30일 제73차 개정) 제32조1항은 “상여금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에 있는 자’에 한해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다. 양자가 양립 불가능한 갈등관계에 놓여 있다.

2. 판결의 주요 내용

위 대상판결은 “보수규정은 정기상여금을 지급일 현재 재직 중에 있는 자에 한해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인 위 지부 보충협약에는 위와 같은 내용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사실확정을 했다. 그 다음 ① 갑을오토텍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인용하면서 고정성 판단의 핵심은 근로자가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려는 임의의 날에 해당 임금의 지급 여부 및 지급금액이 확정돼 있는지 여부이므로 단순히 어떤 임금 항목에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일 것이라는 요건이 부가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정들은 더 이상 볼 것도 없이 곧바로 그 임금은 고정성이 탈락돼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은 아니고, ② 정기상여금은 1년 단위로 연 600%가 지급되는 임금인데 이것이 6회로 분할돼 지급되는 점에서 1회에 지급되는 금액인 100%는 2개월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봄이 상당한데, 그렇다면 정기상여금은 각 지급 월의 ‘첫 영업일’에 지급되므로, 지급 월 첫 영업일에 재직 중인 근로자가 이를 지급받은 후 다음 지급 월 전에 퇴직한다 하더라도 이미 그 근로자는 위 지급 월 첫 영업일부터 퇴직일까지의 근로에 대한 정기상여금은 모두 지급받은 것이며, ③ 피고의 보수규정에 정해진 ‘지급일 현재 재직 중에 있는 자에 한해 지급한다’는 요건은 지급 월 첫 영업일 이후 다음 지급 월 첫 영업일 이전에 입사한 근로자가 입사일부터 다음 지급 월 첫 영업일 전까지 제공한 소정근로에 대해 정기상여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데에 그 의미가 있는데 이러한 근로자의 경우 입사일 이후 다음 지급 월 첫 영업일 전까지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려는 임의의 시점에는 해당 기간 소정근로에 대한 정기상여금은 지급받지 못한다는 점이 이미 확정돼 있어 고정성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3. 공격·방어 방법의 정립과 대상판결의 의미

원고들은 당초 변론진행 과정에서 위 단체협약을 상위규범으로, 위 보수규정을 하위규범으로 봐 보수규정상의 재직자 규정은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절차), 근기법 제43조(임금 지급)제1항 단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기준의 효력)제1항 등에 위반돼 무효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런데 최근 현대자동차 판결(서울중앙지법 2013가합508519 판결)이나 강원랜드 판결[서울고등법원 (춘천)2015나392 판결]에서 보듯이 법원은 단체협약 위반을 이유로 취업규칙의 무효성을 쉽게 선언하지 않고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임금산정기간 내에 근로를 수행한 후에 지급되는 통상적인 임금(정기상여금)과 달리 임금산정기간 시초(첫 영업일)에 먼저 지급되는 선불임금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지급관례에 초점을 맞춰 ① 당해 지급 월 첫 영업일(이를테면 1월2일)에 정기상여금을 전액 지급받은 후 차회 지급 월 첫 영업일(이를테면 2월1일) 전에 퇴사한 근로자들의 경우 이미(1월2일) 지급된 위 정기상여금이 퇴직금 산정을 위한 평균임금에 전부 반영됐으므로 지급일 이전 퇴직자에게 미지급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없다는 주장과 함께 위 퇴직근로자들의 퇴직금 산정내역서를 증거로 제출했고 ② 나아가 위 정기상여금의 지급관례에 비춰 볼 때 “상여금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에 있는 자에 한해 지급한다”는 보수규정(제32조1항)을 “상여금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에 있는 자에 한해 ‘전액’ 지급한다”로 해석해야 한다는 해석론까지 제시했다(울산지방법원 2014.11.19 선고 2012가합4882 판결 참조).

위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첫째, 2013년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재직자에게만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재직자 규정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 하급심 법원은 당해 임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취업규칙에 재직자 규정이 있더라도 당해 임금의 지급관례(성질)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상임금성 여부를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둘째, 먼저 정기상여금의 ‘임금산정기간’과 ‘지급일’을 확정한 다음 근로자가 위 임금산정기간 내에서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려는 임의의 날에 정기상여금 지급 여부 및 지급금액이 사전적으로 확정돼 있다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함으로서, 지급관례와 사전적 확정성의 심리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

셋째, 보수규정에 정해진 ‘지급일 현재 재직 중에 있는 자에 한해 지급한다’는 요건으로 말미암아 지급 월 첫 영업일 이후 다음 지급 월 첫 영업일 이전에 입사한 신규근로자들은 정기상여금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되는데, 대상판결은 이러한 경우 신규입사자는 정기상여금을 지급받지 못한다는 점이 이미 확정돼 있다고 판시함으로서 신규입사자의 사전적 확정성의 문제를 최초로 거론한 하급심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넷째, 보통의 정기상여금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과 달리 후불임금적 성격(지급관례)을 가지고 있어 통상적으로 신규입사자에게는 전액 지급되고 퇴직근로자들에게는 미지급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바, 이 경우 기존 하급심 판결을 보면 신규입사자에게 전액 지급되는 지급관례에 관해 소정근로와의 관련성을 근거로 정기상여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을 인정하면서(서울남부지법 2015.8.18 선고 2012가합14747·16989(병합) 판결 외 다수), 퇴직근로자에게 미지급되는 지급관례에 관해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갑을오토텍 사건 판결에 따라 고정성을 부인하고 있다(서울중앙지법 2014.9.19 선고 2014가합22487 판결 외 다수). 그러나 위 대상판결은 보통의 정기상여금(후불임금)과 달리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선불임금이라는 지급관례에 착안해 ‘신규입사자에게 미지급 되는 지급관례’를 사전적 확정성의 문제로, ‘퇴직근로자에게 전액 지급되는 지급관례’를 소정근로 대가성 및 사전적 확정성의 문제로 각각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4. 결론

대상판결은 보수규정에 재직자 규정이 있더라도 당해 임금의 지급관례(성질)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상임금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지만 보수규정의 재직자 규정 무효성 판단을 회피함으로써 신규입사자들에게 정기상여금을 미지급하는 사용자의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문제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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