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사회 결의로 도입된 성과연봉제는 노동관계법상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국회입법조사처 해석이 나왔다.

8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심 의원 질의에 대한 입법조사회답에서 이같이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한 법적 절차를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근로기준법 제17조가 규정하고 있는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며 “임금의 결정·계산·지급방법에 대한 취업규칙을 작성하거나 변경할 때 의견청취 의무를 부여한 근기법 제94조에 의거해 취업규칙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이 효력을 가지려면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이 아닌 경우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있는 경우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판단이다.

입법조사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이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제로섬 방식의 연봉제 도입은 근로자들에게 유·불리의 충돌이 존재하므로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며 “추가 재원 방식의 연봉제라 하더라도 불특정 일부 근로자들이 기존 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게 돼 기존 이익을 침해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유·불리가 상충하므로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집단적 동의 주체와 방법에 대해서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며 “사용자의 지배·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의 자율적·집단적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자 개개인을 상대로 회람·서명 방식으로 동의를 받는 것은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침 강행 명분으로 삼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와 관련해서는 “정부 지침은 근기법 규정을 사실상 배제한 것”이라며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판례고,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경우 그 효력을 인정한 사례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이사회 결의로 도입된 성과연봉제의 효력에 대해서는 “이사회는 사용자측 의사결정기구”라며 “공공기관 이사회가 근기법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더라도, 이렇게 도입된 성과연봉제는 노동관계법상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