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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환노위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19일 본회의를 끝으로 19대 국회는 막을 내렸다. 국회는 마지막 본회의에서 130여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눈에 띄는 것은 여야가 합의한 ‘신해철법’ 정도다. 의사나 병원의 동의 없이도 의료분쟁 조정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이다. 고용보험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실직자의 구직급여 수급기간 중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법안이다. 환경노동위원회를 거쳐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부 소관 법률안은 단 1건이다.

19대 국회는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숱한 법안이 발의됐음에도 자동폐기 수순을 밟아야 할 운명이기 때문이다. 이날까지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만 1만여건에 달한다. 법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낸 셈이다. 정부·여당은 “식물국회”라고 폄훼했고, 야당은 “3권 분립이 훼손됐다”고 평가했다. 사정이 이러니 상임위원회는 말 할 것도 없다. 환경노동위원회의 성적표는 그야말로 형편없다.

19대 국회 개원 이래 환노위에서 발의한 법안은 총 1천219건이다. 마지막 본회의를 포함해 19대 국회에서 처리된 노동관계법은 총 63건에 불과하다. 환노위에서 발의한 법률안 가운데 노동관계법 처리율은 고작 5%대다. 한 자릿수에 불과한 법안 처리율을 기록할 정도로 환노위는 무기력했다.

환노위 의정활동을 전·후반기로 나누면 그나마 전반기엔 활력이 있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 바람이 불면서 환노위는 주목받는 상임위였다. 여소야대 상임위로 분류되면서 여야 간 균형 잡힌 법안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던 터라 환노위 소속 여야는 대선공약을 법안으로 제출했다. 여야 모두 1호 법안으로 비정규직 관련법안을 발의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의욕만 앞섰다. 비정규직 관련법안, 정리해고 규제법안 등이 쟁점법안으로 떠올랐지만 여야는 합의하지 못했다. 실제 법안 처리는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박근혜 정부 출범 초에 이뤄졌다. 여야가 합의로 처리한 법안은 ‘정년연장법’이었다. 2013년 4월30일 본회의를 통과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이다. 가까스로 여야가 합의한 이 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다. 그나마 19대 국회 환노위의 유일한 성과다.

반면 환노위 후반기 의정활동은 달랐다. 정부·여당이 5대 노동법안을 발의하면서 여야는 대치모드로 전환했다. 야당 일각에선 5대 법안 가운데 일부 법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여당은 ‘일괄처리’를 고수했다. 청와대·정부가 “노동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우면서 일괄처리를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여당은 노동법안 표류를 야당의 탓으로 돌리며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선거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이런 공방은 19대 국회 막바지까지 계속됐다. 고용노동부는 19대 마지막 환노위 회의에서 ‘동일제명법’이라는 이유로 비쟁점법안 처리에 반대했다. 4대 노동법안과 함께 비쟁점법안을 일괄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당은 정부의 이런 주장을 수용했다. 마지막 본회의에서 비쟁점법안을 처리하자는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는 무용지물이 돼 버린 셈이다. 때문에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관계법은 고작 1건에 불과했다.

19대 국회는 어느 때 보다 청와대·정부의 영향력이 강했다. 여당은 청와대·정부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조차 거부권을 행사하며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여당은 야당과의 독자적으로 타협조차 못할 정도로 청와대·정부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이러니 청와대·정부의 노동개혁 공세에 국회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0대 국회는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여소야대를 선택한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 적어도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헌법에 규정된 3권 분립 정신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20대 국회는 19대에 처리하지 못한 노동관계법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 청와대·정부가 던진 메시지는 이미 차고 넘칠 정도다. 20대 국회 구성을 보더라도 여야 모두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없는 구조다. 정부가 개입한다고 이런 조건이 바뀌지도 않는다. 그러니 청와대·정부는 법안 논의와 처리방식에 대해 더 이상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국회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만 해야 한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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