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호 한국노총 조직본부 교육국장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길을 걷던 중이었다. 길가 나무 뒤에서 변을 보는 사내를 본 공자는 "사람 다니는 곳에서 그러면 되냐"고 크게 꾸짖었다. 조금 더 길을 가다 보니 길 한복판에서 변을 보는 사내를 보고는 아무 말도 없이 지나갔다. 나중에 제자들이 물어보자, 공자는 "숨어서 누는 놈은 그래도 부끄러움을 아니 고칠 수가 있지만, 대낮에 대로 한가운데서 뻔뻔하게 일 보는 놈은 부끄러움을 모르니 꾸중도, 교육도 필요 없느니라" 하고 말했다.

불경함을 무릅쓰고 공자의 말씀을 번역하자면 부끄러움도 모르는 자에게 교육을 했다간 봉변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일 게다. 염치도 없고, 뻔뻔함으로 말할 것 같으면 현재 정부와 공공기관의 행태를 따라갈 수가 없다.

노조위원장 집으로 몰려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그나마 낫다. 조합원 총투표에서 부결되자 위원장을 사무실에 감금하고, 경찰이 출동해 위원장이 풀려나자 사무국장을 협박해 직인을 도용하는 행위는 조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뿐인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는 여론조사가 50% 찬성을 받지 못하자, 공개적인 온라인 투표방식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이를 추인하기 위해 사측이 조합원총회를 개최하는 행태는 대한민국이 과연 법치국가가 맞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이런 불법행위들을 조장하는 건 다름 아닌 정부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조나 근로자들이 임금개편에 반대해서 논의를 거부하면 동의권 남용으로 판례에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다못해 전세계약도 내용이 바뀌면 집주인이 세입자와 합의를 해야 한다. 근로계약의 핵심 내용인 임금체계를 바꾸는 일인데 당사자가 합의 안 해 주면 남용이라고 하니, 제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고서야 주무장관이 할 소리인가 싶다.

장관의 해석능력도 참 독창적이다. 국민의 90% 이상이 일한 만큼 공정한 보상을 받고 싶다고 희망했다며 그 해답을 성과연봉제 도입에서 찾고 있다. 공정한 보상은 최저임금 인상 등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장관에게 이런 독창적인 뻔뻔함을 주입시키는 것은 바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이 성과 중심으로 체질을 바꿔야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공기관에 과감하게 낙하산 부대를 투하시킨다. 각종 비리 전력과 검증 안 된 인물들을 요직에 앉히는 이 뻔뻔함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를 일이다.

얼마 전 어린이날에 박 대통령은 발명가가 되고 싶다는 완도에 사는 섬 소년에게 여수에 있는 창조경제개혁센터가 있으니 찾아가 보라고 했단다. 참고로 완도에서 여수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하루 1회 운영하고, 소요시간만 4시간10분이다. 추론해 보건대,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국민과의 공감·소통 능력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하기에 투표를 통해 민심을 보여 줘도 그 장관과 그 대통령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참으로 우리 국민은 박복하다. 봉변을 피한 공자로부터 2천300여년 뒤 중국 소설가 루쉰은 "미친개는 몽둥이밖에 약이 없다"고 했다.

한국노총 조직본부 교육국장 (labo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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