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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전히 유령이 떠돌고 있다박주영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박주영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고리짝에 들어가야 할 유령이 창궐하고 있다. 과거 복수노조가 불가능했던 시절, 사용자는 노동조합 설립을 막기 위해 종이에만 이름이 있을 뿐인 페이퍼노조, 이른바 유령노조를 만들었다.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기만 하면 사용자는 한발 빨리 이름뿐인 위원장을 만들어 서류상 노동조합을 만들어 버림으로써 민주적인 노동조합의 합법적인 설립을 방해했다. 많은 이들은 이런 유령노조가 복수노조 자유설립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복수노조 설립이 보장된 지금도 여전히 유령노조가 노동조합 설립을 가로막고 있다.

단결권 막던 유령이 이젠 단체교섭권 막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지금 노동조합은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받고 있나. 과거 노동조합의 ‘설립’을 사업장 단위 하나의 노동조합만으로 제한했다면, 이제는 ‘교섭’할 수 있는 단위를 사업장으로 제한해 사업장 단위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강제하는 방식으로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설립되면 노조인정과 조합활동 보장 등 설립 초기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확립하기 위한 단체교섭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최초 교섭요구를 할 수 있는 시기를 기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만료일 이전 3개월 이후로 제한하고 있다.

유령노조의 존재가 노동조합 설립 자체를 막던 시절이 지나자, 이제 새로운 복수노조가 설립돼 최초 교섭요구를 하면, 마치 이전에 단체협약이 체결돼 있어 향후 2년간은 교섭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식으로 노동조합 설립을 방해한다.

유령노조, 단체협약 존재도 내용도 모른다

혹자는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전에 사업장에 노조가 있는지, 단체협약이 있는지 살펴보고 최초 교섭요구가 가능한 시기가 언제인지 알아보고 노조 설립을 도모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만들면서도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때 이런 당연한 권리를 노조법에 보장해 놓지 않았다. 회사에선 그동안 어떠한 노동조합도 활동한 적이 없었음에도, 노동조합을 만들어 교섭요구를 하면 그때서야 비로소 이미 노조가 있고, 그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아 교섭에 응할 수 없다고 묵살해 버린다.

최근 금속노조에 가입한 직후 최초 교섭요구를 하면 사용자들은 하나같이 페이퍼노조의 단체협약을 주장하며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지연하고 노동조합 가입을 방해하는 시도를 한다. 게다가 신설노조는 기존 단협의 내용을 알아내기 힘들다. 사용자와 페이퍼노조가 단체협약 공개를 거부해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첫 번째 문제다. 행정청조차도 단체협약 체결 당사자의 동의가 없으면 제3자에게 단체협약을 공개해 줄 수 없다며 뒷짐 지고 방관하는 것이 두 번째 문제다.

휴면노조 해산의결 신청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노동조합이 애초 사용자에 의해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라면 자주성과 민주성이 결여한 것으로서 노동조합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이름뿐인 노동조합을 없애는 것과 관련해 어떠한 행정적 절차도 없다. 최근 회사의 노조파괴를 위해 사용자에 의해 설립이 모의됐던 노조파괴 문서들을 근거로 유성기업노조에 대한 설립무효를 인용한 법원 판결에도 노조법상 자주성이 결여된 노동조합에 대한 제대로 된 법적 해결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한편 그동안 회사에서 전혀 활동하지 않았던 노동조합이라면 노조법상 1년 이상 활동을 하지 않은 휴면노조로서 해산을 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서류상 위원장이 있기만 하면, 실제로는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아도 강제해산 요건에 해당될 수 없다는 게 고용노동부 입장이다. 회사는 민주적인 노조 설립 후 얼마든지 뭔가 활동하는 것처럼 형식적인 서류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 정부는 휴면노조 해산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필자는 지금까지 행정관청이 노동위원회에 휴면노조 해산의결을 요청했다거나 서류로만 만들어진 유령노조들을 해산시킨 사례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복수노조시대 민주적인 노조를 보장한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정부기관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판단하고, 노동조합을 해산시킬 수 있게 하거나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기관에 부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헌법상 노동 3권은 정부기관이 침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서류상 노동조합 설립에 사용자가 개입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 중에서도 심각한 범죄행위다. 노동조합 설립 과정에 사용자 개입이 있다고 보이는 정황이 드러날 경우 철저한 수사와 규제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박주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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