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조금 전 20대 총선 투표가 마감됐다. 최종 집계는 아니지만 투표율이 50% 후반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국회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와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지대했다고 볼 수 있다. 출구조사에서 "당선이 예상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지난 몇 차례 총선 경험에 비춰 보면 이러한 예상치는 개표하면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번 총선에 대한 각 언론사들의 평가는 “여당이 패했다”로 모아질 것이다. 300석의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단순 계산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여당의 패배가 곧 야당의 승리라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이번 결과를 두고 누구도 “야당이 이겼다”고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의 모습은 어떨까.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까. 이번에야말로 노동자와 시민들을 위한 국회를 기대해도 좋을까. 20대 국회는 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바로 그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그동안 잊고 지냈을 수도 있다. 국회의 기본기능에는 입법기능과 행정부 견제기능이 있다. 돌아보면 지난 4년간 의미 있는 노동관계법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는 소멸했다. 여당은 한술 더해 행정부와 똑같은 입장을 보였다. 권위주의 시대에 불렸던 "통법부"라는 꼬리표가 되살아났다. 다시 강조하지만 국회와 국회의원은 가장 먼저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헌법기관이다. 남은 시간 동안 3권을 분립하고 있는 헌법을 두어 번 읽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 행정부 말을 ‘그대로’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말이다.

노동관계법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5월 말까지 19대 국회 임기가 남아 있지만 그 기간 동안 새로운 법률이 만들어지리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노동관계법과 같은 여야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률은 사실상 19대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될 것이다.

염려되는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거가 마무리되면 여권이 인위적으로 의석을 늘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기우’라고 반박하겠지만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해 온 공언만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야당이 반대하는 노동관계법을 포함해 19대에서 여당이 발의한 법률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일찍 접는 게 좋다. 국회가 어디 숫자 놀음이나 하는 곳인가. 오히려 소수를 존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선거제도의 한계로 인해 현재의 선거 결과는 표의 왜곡이 적지 않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각 당이 얻은 표가 100% 자신의 능력과 성과라고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모든 법이 그렇지만, 노동법이라면 노동자들의 뜻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선거 결과를 따져 보면 노동자들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그토록 보호하겠다고 부르짖은 청년노동자들의 투표가 눈에 띄게 늘지 않았나. 분석을 통해 조만간 이들이 누구를 지지한 것인지도 확인될 것이다.

만약 많은 노동자, 즉 청년과 장년 노동자들이 여당과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대했다고 평가된다면 이들의 뜻을 수용해야 한다. 당장에 노동 5법 정부안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파견법과 기간제법은 그중 핵심이다. 노동부가 만들어 배포한 양대 지침(공정인사 지침,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지침)도 폐기해야 한다. 전자는 입법기능이고, 후자는 행정부 견제기능이다.

마침 당선자들의 노동현안에 대한 의식도 나쁘지 않다. 선거운동 기간에 <매일노동뉴스>가 실시한 수도권 후보자들을 상대로 한 노동현안 의식조사 결과(4월11일자)를 보면 여야 후보자 다수가 파견법과 기간제법 폐기에 동의했다. 공정인사 지침에 대해서도 여당 후보자들의 지지는 높지 않았다.

이것 말고도 20대 국회가 다뤄야 할 노동과제는 셀 수조차 없다. 4년 동안 손 놓고 있었던 탓이다. 그렇다고 무리하지는 말고 차근차근 풀어 가길 기대한다.

그래도 다시 한 번 희망을 가져 보자. 다행히 이번 선거에서 노동자를 우선적으로 대변하겠다는 당선자들이 적지 않다. 아예 정강과 비례대표 선정에서 우선 순위를 둔 정당이 선전한 것은 물론 노동계를 대표한 자들 중에서도 당선자가 적지 않다. 여야를 넘어 선거운동 기간에 이들이 한 말만 실천한다면 걱정할 게 없지 않겠나.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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