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막바지다. 내일모레면 4년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가려진다. 20대 총선이 우리 정치사에 어떤 기록을 남길지 자못 궁금하다. 역시 제일 궁금한 것은 각 당의 성적표다. 새누리당이 과연 180석을 넘길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벌인 호남혈투에서 누가 웃을 것인지, 정의당은 10석을 넘길 수 있을지. 그리고 녹색당과 노동당은 원내 진출자를 배출할 수 있을지.

선거 성적표를 열어 보기 전까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흥미진진한 변수는 광주와 대구의 민심이 보여 주는 결과일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다른 어떤 지역보다 주목받은 곳이 광주와 대구이기 때문이다.

광주와 대구에서 일어나는 민심은 기존 정치에 대한 저항이다. 광주와 대구는 야당과 여당의 텃밭이다. 텃밭은 많은 힘을 안 들이고도 먹거리를 손쉽게 챙길 수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이 지역은 중앙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을 보장받는 곳이었다. 해당 지역 정치인이 민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중앙당 공천결정권자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설사 그렇더라도 정치가 민심을 잘 챙겼더라면 이 지경까지 왔을까 싶다. 지역 민심은 먹고사는 문제를 정치에 기대했지만, 이 지역 정치인은 민심을 외면했다. 대통령도 만들어 주고 매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몰표로 응원했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민생이 나아지기는커녕 먹고살기 빠듯해졌다. 이 지역 노동자의 소득 수준은 전국에서 꼴찌에 가깝다. 2015년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4월 기준) 결과를 살펴보면, 광주의 임금노동자 실질임금 총액은 월 267만3천원이고 대구는 242만3천원이다. 전국 16개 시·도지역(당시 세종시 제외)과 비교해 순위를 매기면 광주는 12위고 대구는 끝에서 두 번째인 15위다. 제주가 꼴찌였는데 226만원이고, 부산이 263만6천원으로 14위, 강원이 266만8천원으로 13위다. 반대로 임금총액이 높은 지역을 보면, 울산이 386만2천원으로 가장 높고 서울이 335만8천원, 충남이 311만1천원이다. 대구는 울산보다 143만9천원 낮고 광주는 118만9천원 적다. 지역 경제수준을 가늠할 총생산액을 살펴보자.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총생산 규모에서도 광주와 대구는 전국에서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2015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소득 잠정치(2014년 기준)를 보면, 1인당 연간 지역내총생산액은 광주가 2천44만8천원이고 대구는 1천894만1천원에 불과하다. 울산은 6천110만2천원, 제주는 2천391만1천원이다. 대구가 전국에서 꼴찌고 광주가 끝에서 두 번째다. 지역내총생산액이 적다는 것은 일자리가 적고 부가가치도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주목할 지표는 1인당 개인소득 수준은 광주와 대구가 낮지 않다는 점이다. 광주가 1천542만7천원이고 대구는 1천597만4천원이다. 전국 순위를 보면 대구가 6위고 광주가 10위를 기록했다. 지역내총생산은 적은데 개인소득은 높다는 것은 광주와 대구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역시라면서도 광역시답지 않게 총생산액과 노동자 임금이 최하위권에 머무는 지역이 광주와 대구다. 물론 이들 지표만으로 지역경제 전체를 평가할 수 없지만 적어도 광주와 대구의 경제구조가 취약하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광주와 대구의 경제성적표가 나쁜 것을 정치인 탓으로 돌릴 수는 없더라도 정치적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까지 이 지역의 정치는 지역적 정서에 기대기만 했을 뿐 민생을 해결할 경제적 토대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은 그런 정치를 심판할 기회다.

그럼에도 정치는 또 지역 유권자들을 현혹하려 든다. 광주는 야권분열로, 대구는 공천파동으로 총선 본질이 흐트러졌다.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기득권 세력이 마치 새로운 정치세력인 양 둔갑했다. 여우 뺨치는 둔갑술에 지역 민심이 갈팡질팡한다. 민심을 대변할 진보정치는 아직 힘이 부치고, 기득권 세력은 약삭빠르게 진화하면서 민생을 구하지 못할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13일 저녁이면 웃는 자와 우는 자로 나뉠 것이다. 선거의 승리는 당선이겠지만, 정치의 승리는 민생을 구하는 일이다. 정치는 정치인만의 영역이 아니다. 그렇기에 노동자와 시민이 정치세력이 돼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고,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고, 세월호 아픔을 치유하는 정치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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