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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외기노련 위원장] “정부,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역차별 바로잡겠다는 의지 보여야"퇴직급여 중간정산에 노동 3권도 보장 못 받아
▲ 정기훈 기자

“한국 정부가 자국민을 먼저 지원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수십조 원을 지원하면서도 1만2천명에 달하는 한국인 노동자와 그 가족을 위한 예산은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이전이지만 꿈과 희망이 있는 이전이 되도록 정부가 힘이 돼야 합니다. 특히 2012년부터 금지된 퇴직급여 중간정산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에게 여전히 적용되고 있습니다. 역차별이자 불합리한 조치를 시정해 달라고 주한미군과 우리나라 정부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나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박종호(54·사진) 전국외국기관노조연맹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외기노련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노동부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 노무분과위원회 정부 대표단으로서 자국 노동자 보호에 신경 써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위원장은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은 민간인 신분이지만 상당수는 전쟁 발발시 전투에 참여하는 준전투요원”이라며 “우리나라 안보와 평화를 위해 공헌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해 아쉬울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박 위원장은 1986년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로 입사했다. 2004년 주한미군한국인노조 부위원장을 거쳐 2007년과 2013년 외기노련 사무처장을 맡았다. 올해 2월 연맹 위원장 선거에 단독출마해 대의원 95% 찬성으로 당선했다.

그는 선거 당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고용안정·이주대책 마련 △주한미군 용역업체 노동자 처우개선 △마산자유무역지역 외국인투자기업 고용불안 해소를 공약했다. 박 위원장은 “주한미군한국인노조가 설립된 지 57년이 지났지만 노동 3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소파(SOFA) 개정에도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한미군 최저낙찰제로 인해 보안경비와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처우가 열악해졌고 이제 고용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과제를 시급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에는 수십 조원, 한국인 노동자는 뒷전

- 연맹 위원장이 된 지 한 달 남짓 됐다. 어떻게 지냈나.


“산하조직 현안을 살피고 있는데 책임감이 크다. 주한미군기지 평택 이전에 따른 한국인 노동자 고용안정과 이주대책, 주한미군 용역노동자인 보안경비·시설관리직 처우개선, 갈수록 침체되는 경남 마산자유무역지역 재도약을 통한 외국인투자기업 조합원 고용안정 같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해결을 요청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도 높다.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 주한미군기지 평택 이전은 오래된 현안이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가 1만2천명이나 된다. 주한미군이 계획대로 2018년 초까지 이전을 완료한다면 한국인 노동자와 가족들도 보금자리를 옮겨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이전이지만 꿈과 희망이 있는 이전이었으면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는 기지 이전을 위해 주한미군에 349만평의 땅과 16조원의 부대건설비를, 평택시에 18조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이 중 한국인 노동자를 위한 것은 없다. 미군만 지원하지 말고 자국민 이전대책도 마련해 달라는 것이 우리 요구다.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를 전달했고 국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 토론회를 했다. 다행히 국회 국방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줬다. 국회 주도로 열린 관련부처 합동회의에서 협의 중이다.”

- 노동 3권 보장을 위해 소파(SOFA)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소파 17조3항은 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노동자도 대한민국 노동법령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군사상 필요에 배치되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2011년부터 3년간 임금이 동결됐을 때 노조가 교섭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군은 미국방비예산법에 따라 임금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했다. 쟁의행위 길도 막혀 있다. 59년 주한미군노조가 처음 만들어진 뒤 57년이 흘렀다. 노동 3권을 보장받을 때도 됐다. 게다가 주한미군은 한국에서는 2012년부터 금지된 퇴직급여 중간정산을 매년 시행하고 있다. 말이 퇴직금이지 임금과 다름없다. 노조는 조합원 노후안정을 위해 국내법(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중간정산을 폐지하고 퇴직연금에 가입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소파 합동위원회 협의사항이라며 발뺌한다.”

- 소파 개정이 쉬운 문제는 아닐 것 같다.

“한국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퇴직연금 중간정산 폐지는 소파 개정 없이 합동위원회 노무분과위원회 합의로 가능하다. 주한미군 인사사령부도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노무분과위 한국측 대표단인 외교부 북미국과 노동부 개발협력지원팀이 의지를 갖고 협상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매년 주한미군에 1조원 안팎의 방위분담금을 지급한다. 이처럼 많은 돈을 내면서 자국민 보호조항 하나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국인 노동자 고용안정 문제도 예산과 직결된다. 주일미군 대비 일본인 노동자 비율은 55%지만 한국은 42%에 그친다. 일본은 군수지원비·군사건설비·인건비 같이 항목별로 예산을 정확하게 편성한다. 전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반면 한국 정부는 총액 기준으로 방위분담금을 주기 때문에 전용이 가능하다. 주한미군은 예산을 다른 곳에 쓰기 위해 인건비 비중을 계속 줄였다.”

“한국 정부가 강한 의지 보여야 소파 개정 가능”

- 최근 주한미군 용역업체 노동자 처우와 고용안정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는데.


“주한미군 보안경비와 시설관리를 맡은 용역업체 노동자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문제는 시급한 현안이다. 예전에는 이분들 처우가 괜찮았다. 임금수준도 나쁘지 않았고 고용도 승계됐다. 문제는 최저가낙찰제다. 재계약할 때마다 계약금액이 오르기는커녕 낮아졌다. 이런 관행이 반복되다 보니 임금이 낮아졌고 고용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돼 버렸다. 주한미군측에 낙찰금액을 적정 수준에 맞춰 달라고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호소할 곳이 정치권밖에 없어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줄기차게 다녔다. 한국노총에 연대를 요청한 상태다. 정치권 도움을 얻어서라도 반드시 해결하겠다.”

- 마산자유무역지역 조합원 고용안정 문제도 심각한 것 같다.

“70년대 조성된 마산자유무역지역에는 일본 자본이 대거 들어왔는데, 지금은 다수가 철수했다. 한때 마산지역 조합원이 3만명이 넘었으나 지금은 10분의 1로 줄었다. 현재도 자본유출과 고용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외국자본을 유치한다고 하는데, 있는 자본이라도 유지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혜택만 누리고 빠져나가는 외국자본을 단속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제조산업강화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양대 노총 제조부문 공동투쟁본부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노사정 협의체를 만들어 제조업 발전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박 위원장은 그러면서 “9·15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뒤집을 수밖에 없었던 한국노총과 김동만 위원장의 고뇌를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노총은 책임 있는 경제주체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합의를 먼저 위반한 것은 정부와 여당이었다”며 “지금도 한국노총을 흔들려는 세력이 있는데, 김동만 위원장이 자기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뜨거운 연대를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끝으로 강조할 말이 없냐는 질문에 박 위원장은 “전국 노동소식을 종합적으로 매일 알려 주는 매일노동뉴스가 노조활동을 이어 가는 데 큰 이정표로 작동했다”며 “항상 고맙게 읽고 있다”는 덕담을 건넸다.

김봉석  seok@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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