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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가장 비합리적인 선택, 정리해고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공인회계사)
▲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공인회계사)

올해는 구조조정의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 특히 우리나라 주요 무역상대국들의 경제상황이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수출이 둔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하고, 그에 따른 노동자들의 소득 증가 둔화가 소비마저 악화시키고 있다. 고령화와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 저하는 이러한 소비감소를 부추기는 중이다.

최근에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한계기업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 같은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정상 기업들의 사전적인 사업재편을 독려하기 위해 원샷법(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사업재편을 하면 인력 구조조정이 필수적으로 따른다. 올해 사업계획에 구조조정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기업들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 그 방안에는 정리해고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항상 의문이었다. 정리해고를 결정하는 기업 경영진의 머릿속엔 도대체 어떤 생각이 있을까. 정리해고 계획안을 수립하는 인사노무팀 실무자들은 과연 그것이 기업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이를 자문하는 변호사·노무사들은 진정으로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믿고 있는 것일까.

정리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수반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조의 정리해고 반대파업으로 인한 비용일 것이다. 노조가 없었던 기업들에서도 노조가 결성된다. 비록 대한민국 법원은 정리해고 반대를 위한 파업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시하고-훗날 법률가들은 이 같은 판시내용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막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과 형사책임을 지우지만, 그래도 노조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지켜 주지 못하는 노조는 존재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전면 폐업을 고려하지 않는 한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기업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임금을 제외한 수많은 고정비들이 지출된다. 이미 확보한 재고를 제외하고는 제품을 팔아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전혀 얻지 못한다. 협력사들과 고객들의 신뢰를 잃고 영업망이 붕괴된다. 노조에 우호적인 시민·사회단체들은 불매운동 등을 전개한다. 정리해고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산 자’들도 사기가 떨어진다. 연구개발이나 판매관리직 노동자들도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며 자발적으로 기업을 그만두기 시작한다. 채권금융기관은 자금회수를 압박하고 기업이 발행한 사채는 이른바 정크본드가 된다. 상장기업의 경우 주가가 폭락한다. 기업의 브랜드가치는 땅에 떨어진다. 경영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리해고가 오히려 경영상 위기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추후 그러한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한다면 어떨까. 그러나 마땅한 입증방법이 없는 손해가 많다. 더구나 소송에는 수년이 소요된다. 참고로 쌍용자동차가 제기한 2009년 파업 관련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조합원 개인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대법원 계류 중이던 2016년 1월에야 소 취하로 종결됐다. 설령 손해배상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해고노동자들과 노조는 그와 같은 막대한 손해를 배상할 돈이 없다. 오랜 기간 동안 대형로펌 변호사와 노무사들에게 수많은 법률비용을 지출했지만 기업에 남는 것은 결국 상처뿐이다.

노동자들은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다. 기업은 또 엄청난 법률비용을 지출하면서 응소를 한다. 기업이 패소하게 되면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이러한 리스크도 두고두고 부담으로 남게 된다. 경영진이 조금이라도 합리적이라면 결코 선택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정리해고다.

기업들은 정리해고가 야기할 이러한 사태를 그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경제위기를 기화로 노조를 파괴할 생각을 하지 말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노조는 그 누구보다 기업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를 바란다. 위기상황에서 최고의 우군이 될 수 있다. 만약 쌍용차가 당시 노조가 제안한 5+5근무제 혹은 순환휴직을 받아들였다면, 회사 정상화는 훨씬 빠른 시일 내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합리적 선택의 첫 번째 발걸음은 기업이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조가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프랑스처럼 노조가 선임한 전문가로 하여금 기업실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도 있다. 그리고 그 구조조정 방안을 노조와 실질적으로 협의하라. 꾸준하고 솔직한 대화만이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장석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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