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 소재 JW생명과학이 최근 CCTV를 증설해 노조 감시 의혹에 휩싸였다. JW생명과학은 의료용 수액(링거)을 생산하는 회사로 중외제약을 보유한 JW홀딩스 계열사다.

갑자기 늘어난 CCTV … 회사 '근태관리' 언급

29일 JW생명과학노조(위원장 박경훈)에 따르면 JW생명과학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공장 내부 CCTV를 교체·증설했다. 설치 위치는 광범위하다. 생산설비가 있는 생산동뿐 아니라 사무동·직원기숙사를 포함해 공장 내부 건물 안과 주변에 CCTV가 잇따라 설치됐다.

노조는 건물별로 카메라 50~60대씩 최대 200대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사무동에 있는 노조사무실 입구 주위에는 CCTV 세 대가 돌고 있다.

이날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CCTV 중앙관제실 사진에 따르면 CCTV 모니터에 마이크와 스피커 표시가 붙어 있다. 불법 정보수집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상 감시카메라 같은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음성녹음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회사 자동화팀이 올해 1월27일 작성한 '당진공장 CCTV 교체 후속조치 보고의 건'을 보면 CCTV 운영 보완사항과 관련해 "촬영정보를 목적 외 사용할 경우 개별동의가 필요하다"며 "근로자 감시설비 설치에 관해 노사협의회 합의시 근태관리 등 목적범위 내 사용 가능"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직장폐쇄 불법" 판결 이후 CCTV 급증

노조는 "CCTV는 노조를 압박하고 감시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회사는 노조가 설립된 2011년 10월 이후 20여개였던 CCTV를 66개까지 늘렸다. 그 후 2012년 노조가 3시간30분만 일하고 퇴근하는 부분파업을 벌이자 회사는 즉시 직장폐쇄에 나섰다. 직장폐쇄를 푼 뒤에는 경비용역이 노조 농성장에 난입한 사건으로 노무관리 직원과 용역직원이 구속되기도 했다. 해당 직장폐쇄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불법 판결을 받았다. 회사가 CCTV를 크게 늘린 시점은 판결 직후다.

박경훈 위원장은 "(노조를 압박하는 것 외에) 갑자기 CCTV를 늘릴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280여명이 있는 공장에 CCTV가 200대 넘게 설치된 만큼 압박감이 크다"며 "노조간부와 대화한 내용을 다른 관리자나 직원들이 금방 다 알고 있는 것을 보면 감시받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CCTV 사각지대가 없어 노조가입 권유나 노조 관련 얘기를 공장 안에서 못하게 된 지 오래"라며 "직원들이 노조사무실을 잘 찾아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CCTV 증설은 (제1 노조와의) 노사협의회 합의사항"이라며 "근태관리 용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정확한 CCTV 설치 숫자를 묻자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무차별 CCTV 활용, 노동권 침해 우려"

최근 CCTV를 설치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노동감시나 노동권·인권침해 같은 부작용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신훈민 진보네트워크센터 변호사는 "현행법에서 CCTV 사용목적을 시설관리로 제한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어 노동감시에 악용되는 것을 규제하기 어렵다"며 "생산시설이 아닌 기숙사 입구나 노조사무실을 촬영하는 것은 사생활·노조활동 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상 CCTV 같은 근로자 감시장비 설치는 노사 간 협의사항이지만 노사합의가 있다 해도 CCTV를 근태관리에 이용한다면 노동권·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법제처도 2014년 6월 '최근입법동향'을 통해 "비록 사업장이 사업주의 재산이며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이뤄지는 행위가 전부 계약된 노동행위와 관련돼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법제처는 "사업자의 근로자 감시행위를 규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한편 19대 국회에서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감시 수단으로 감시설비를 설치·운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진선미 의원)이 발의된 바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