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만능통장'으로 홍보한 데다, 금융사 간 과열경쟁까지 겹쳐 출시 1주일 만에 판매 대박을 터트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관련해 불완전판매로 쪽박을 찰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ISA 불완전판매 가능성과 과제' 보고서에서 천대중 금융연구실 연구위원은 "ISA 출시 일주일 만에 65만건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는 등 과열징후를 보이고 있다"며 "ISA는 개별금융상품에 비해 구조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상품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ISA가 출시된 3월14일부터 18일까지 금융권 전체에서 팔린 ISA 계좌는 65만4천개다. 은행·증권·보험사 등 ISA를 취급한 금융사 영업점포 8천202곳에서 하루 평균 16개의 계좌를 유치한 셈이다. 과거에 출시된 다른 세제혜택 상품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판매 실적이다.

예컨대 2013년 3월 출시한 비과세 재형저축상품은 출시 후 한 달 동안 영업점포당 평균 9개, 2014년 3월 출시된 소득공제 장기적립식펀드(소장펀드)는 평균 1개 판매에 그쳤다.

천대중 연구위원은 구조적으로 복잡한 ISA 특성상 담당 직원의 전문성이 미흡하거나 유치계좌수 등 단기실적 평가가 이뤄지는 영업환경 특성 탓에 설명의무를 소홀히 하면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에 앞서 1999년 ISA를 도입한 영국에서도 상품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금융사들이 두 종류의 ISA 상품을 25만명에게 중복판매(불완전판매)를 하는 바람에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천 연구위원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사는 판매인력 전문성을 강화하고, 단기실적(단순 가입 계좌수) 위주가 아닌 중장기 실적(수익률) 중심으로 ISA 영업 평가기준을 전환해야 한다"며 "그래야 과도한 판매경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설명의무 소홀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도 현장 의견을 수렴해 복잡한 ISA 상품구조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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