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번째 3·8 세계여성의 날이 다가오지만 우리나라 여성노동자 권리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남녀 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다. 여성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도 70%나 된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2010년 59%에서 지난해 61%로 2%포인트 증가했지만 대부분 새로운 일자리는 불안정하고 낮은 임금을 받는 시간제 같은 비정규직이다. 헌법으로 정한 권리인 노동권을 향유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게 하는 여성정책은 무엇일까.



최저임금 개선으로 여성노동자에 희망을
 

▲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

현재 한국 사회에서 여성노동자 지위는 중간에도 못 미친다. 기본적인 생활도 하기 어려운 저임금에 일자리는 여전히 열악하고 불안하다. 그런 상황에 물가는 오르는데 복지는 후퇴했다. 자녀들을 다 키워 내도 취업이 안 된다. 여성노동자의 취약성에 이 같은 조건까지 누적되면서 이제 더는 못 버틸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희망조차 갖기 어려운 현실에서 여성노동자들이 다시 희망을 가지려면 첫 번째로 저임금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 어떤 일을 하든, 시간제 노동자라 해도 시급 1만원, 월 209만원 수준의 임금이 보장된다면 저임금에 내몰린 삶의 조건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또 하나, 올해 한국여성노동자회는 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에 관한 법률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가사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로 60년이 넘도록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고용도 안전도 보호받지 못했다. 지난해 정부는 가사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해 놓고 늑장만 부리고 있다. 정부가 여성노동자의 조건을 개선하고 싶다면 제 할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여성의 날 계기로 여성노동자 노동권 개선돼야
 

▲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3·8 세계여성의 날이 다가오면 여성 노동권 문제가 부각된다. 여성의 날이 지나면 여성노동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럼에도 올해도 우리나라 여성들이 사업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를 얘기할 수밖에 없다.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직종일수록 비정규직이 많다. 가사노동자 협약도 아직 비준되지 않았다. 노동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여성노동자들이 많다. 우리나라 여성노동자들은 남성에 비해 62% 정도의 임금밖에 못 받고 있다. 좋은 시간제 일자리를 얘기하더니 8시간 일하는 일자리를 쪼개 여성들에게 일하라고 하는 실정이다. 나쁜 노동정책이 나오면 여성들이 일하는 현장에 먼저 적용되는 것 같다. 정부가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향상시킬 의지가 있다면 공공부문부터 모범을 보여 줘야 한다.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무기계약직을 무분별하게 해고하지 않고 여성노동자가 많은 사업장 취업규칙도 노조의 동의 없이 개악해선 안 된다. 여성노동권이 후퇴할수록 여성노동자들에 대하 성희롱이 늘어난다. 이번 여성의 날을 계기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이 개선되길 바란다.


여성대통령 집권 3년, 여성노동은 없었다
 

▲ 김순희 한국노총 여성본부장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 동안 오히려 여성노동은 그 존재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일하는 여성과 여성대통령은 같은 여성이 아니었고, 대통령은 그저 권력자일 뿐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줬다. 박근혜 정부가 여성일자리 정책이라고 내놓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조차 질 나쁜 저임금의 중·고령 여성일자리 양산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또한 OECD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치는 여성고용률은 몇 년째 변동 기미조차 없다.

특히 정부의 일·가정 양립정책 실패로 우리나라 여성들은 ‘2737 협곡’에 갇혀 있다. 대부분 여성노동자는 27세에 처음 경력단절을 겪고 평균적으로 37세에 재취업한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의 여성화, 비정규직의 여성화로 고착화됐다. 이러한 악순환은 남녀 간 심각한 임금격차로 귀결됐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남녀 간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라는 부끄러운 불명예를 안고 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녀 임금격차의 심각성을 공론화하는 한편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또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 등 남녀 임금격차 요인을 제거할 수 있도록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양질의 여성 일자리 확대나 OECD 평균 수준으로 여성고용률 확대를 위해 적극적 고용개선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 공공부문부터 여성채용 할당제와 여성임원 목표제를 도입하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지역 내 여성채용 및 양성평등 협약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확산시켜 나가는 노력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노동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여성노동자가 제일 먼저 저성과자가 되어 무차별 해고되고, 여성노동의 비정규직화로 여성은 경력직·관리직·임원이 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현실을 전혀 모르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 불통의 대통령. 여성노동이 없는 정권이 개탄스럽다.


성별분업 따른 여성노동자 주변화 더 이상 곤란
 

▲ 정문자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총선을 앞두고 다시 경제민주화가 이야기되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경제민주화의 주체 중 하나인 여성노동자다.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저임금에 고용불안·경력단절로 경제활동이 어렵고 소득이 낮아 여성의 경제적 자립은 쉽지 않다. 경제민주화를 말할 때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빼서는 곤란하다.

또 하나는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 15년째 1위다. 저임금과 유리천장 등 원인은 많다. 국가적으로 중장기적인 제도와 세부정책이 따르지 않으면 곤란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 사회적으로 여성을 동등한 노동의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 남녀가 함께 직장에서 일하고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본다는 담론이 형성되지 않으면 성별분업에 따른 여성의 주변화는 개선될 수 없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전 사회적으로 이 같은 담론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여성노동자 다수가 비정규직, 모성보호 남 얘기
 

▲ 윤춘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선실장

올해 3월 현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정규직 중 여성조합원 비율은 25%인 반면 비정규직 중 여성조합원 비율은 53%나 된다. 비정규직의 다수가 여성 노동자라는 것을 방증한다. 그나마 조직된 노동자로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는 여성 비정규직의 수치가 이럴진대, 미조직된 경우 비정규직 비율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니 여성노동자에게 모성보호네, 노동권 확보네 하는 말은 언감생심, 남의 나라 일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시간제 고용 확대 정책을 핵심적인 여성일자리 정책으로 삼고 있다. 여성 비정규직을 더 늘리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결국 해법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비정규직·시간제 고용 확대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내놓은 ‘출산장려정책’이나 ‘임신기간 근무시간 단축제도’ 등도 본질적으로 현장에서 인력충원이 되지 않는 이상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을 확대하고 모성보호를 위해서는 전체 노동시장 정책을 노동조건 개선 쪽으로 선회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여성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그나마 나아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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