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9·15 노사정 합의 파기를 선언한 가운데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화나 사회적 대화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뉴국제호텔에서 ‘2016년 경제사회 전망과 과제’ 집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담회에서는 노사정 합의 파기와 관련해 정부 책임을 따지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토론자로 참석한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탐대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데도 정부는 양대 지침을 서둘러 발표했다”며 “다른 노동시장 구조개혁 내용보다 그렇게 중요하고 시급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사정 사이에 신뢰관계가 깨져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작은 묶음 형식으로 단계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방식은 어렵게 됐다”고 진단했다.

정부와 노사정위가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해 빅딜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단계적인 합의를 주문했는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배 선임연구위원은 “2016년 총선 결과에 따라 노동계 반발에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노동개혁을 밀어붙이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전체 방향을 놓고 사회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의 지리한 공방전만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 역시 노사정 합의 파기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 움직임을 비판했다. 정 교수는 “노사정 역할과 책임은 분명 경중이 있고, 역할과 책임을 가장 많이 지는 것은 정부”라며 “노조 지도부가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노사정 합의에 참여했을 때 합의 내용이 액면 그대로 존중돼야 한다는 정도의 상식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합의안에 담기지 않은 노동 5법을 발의하고, 정부가 양대 지침 발표를 서두르면서 발생한 노사정 합의 위반 논란을 지적한 것이다.

정 교수는 노사정위에 대해서도 “공론장 주도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이나 파견근로 규제완화 문제에 대해 객관적 조사와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노조를 사회적 파트너가 아닌 배제와 압박의 대상으로 봤고, 파견근로 확대나 양대 지침처럼 타협 불가능한 의제를 설정했다”며 “9·15 합의를 사회적 대타협으로 볼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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