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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보다 못한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해 '풍선효과’를 거론했다. 풍선효과는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기간제나 파견노동을 기간제한으로 규제하자 도급이나 용역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채용기간 2년 후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간·파견제보다 하도급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간 노동계는 풍선효과를 바탕으로 정부에 간접고용 축소 대책을 요구했다. 기간제한 만으로는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으니 간접고용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장관은 같은 논리를 차용하면서 엉뚱한 대책을 내놨다. 기간제한을 뼈대로 한 비정규직 관련법이 한계가 드러났으니 개정하자는 주장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기간제한은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되, 35세 이상 기간제 노동자에게 이를 적용하는 것이다. 지난 2014년 12월 노동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내용이다.

그런데 이 장관이 풍선효과를 거론했음에도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개선 대책은 미흡했다. 풍선효과로 늘어나는 것은 간접고용인데 관련 대책은 직접고용인 기간제 노동자를 겨냥한 탓이다. 이후 공공부문에서 간접고용이 늘자 노동부가 부랴부랴 나섰다. 노동부는 지난해 7월 “공공부문 소속 외 근로자에 대한 합리적 운영방안을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민간부문을 선도하는 공공부문 사용자인 정부마저 말로만 떠든 셈이다.

이런 정부가 지난 17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내놨다. 2017년까지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 1만5천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3년 동안 전환된 7만4천명을 포함하면 집권기간 동안 약 9만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고 한다. 말이 고용개선 대책이지 실상은 정부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 정부가 무기계약직 전환정책을 발표한 후 기간제 노동자는 2003년 9월 24만명에서 2015년 20만1천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기간제가 줄어든 효과는 파견·용역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거의 사라져버렸다.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는 2012년 11만641명에서 2014년 11만3천890명으로 늘어났다. 이기권 장관이 거론한 풍선효과다. 정부는 이번에도 간접고용 노동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간접고용 문제만큼 박근혜 정부는 일관성이 있는 셈이다.

정말 간접고용 문제엔 해법이 없는 걸까. 박근혜 정부만 손을 놓았다. 서울·광주시 등 일부 지자체들은 다양한 실험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가 대표적 사례다. 박원순 시장 재임시절인 지난 2012년에 시작된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오는 2017년까지 7천296명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는 서울시 산하기관 직접고용 노동자 1천396명과 간접고용 노동자 5천927명이 포함됐다. 눈여겨 볼 것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정규직화 대책이다.

종전에 청소·시설경비 등의 업무는 민간위탁 또는 용역으로 운영됐다. 서울시는 이 업무를 산하기관의 신설 자회사로 이관했다. 종전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직접고용 노동자는 무기계약직으로, 간접고용 노동자는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형태가 변경됐다. 앞으로 서울시는 민간위탁된 120다산콜센터의 경우 120재단이라는 신설법인을 세워 소속 노동자를 정규직화 할 계획이다. 서울지하철공사·도시철도공사의 승강기 경정비·안전관리문 업무도 양 공사 통합 후 설립될 자회사로 이관한다는 방침이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에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모두 포함시킨 셈이다. 간접고용 대책이 전무한 박근혜 정부와 서울시가 차별화되는 것은 바로 이점이다.

물론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간접고용 축소를 위해 실험을 벌이고 있다면 중앙정부도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명·안전업무를 정규직화하기로 약속한 정부부터 이를 지켜야 하지 않나.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이 리더가 책임지는 방식이다. 적어도 고용노동정책을 총괄하는 이기권 장관은 간접고용 축소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 그것이 장관이 책임지는 방식이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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