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한국경총 회장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지난 15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해 개최한 기자간담회와 18일부터 시작된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두 발언 모두 같은 내용이다.

그는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바꿔야 한다”거나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현행의 절반인 (통상임금의) 25%만 지급하고, 미사용 연차에 대해서는 금전적인 보상을 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재계가 일관되게 주장해 온 내용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제도개선 이유로 언급한 것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회장은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 “임금체계가 공정해지면 기업들이 능력 있는 근로자들을 내보낼 이유가 없어지고,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지 않아도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로시간과 관련해서는 “근로자들이 수당을 받기 위해 연장근로를 하거나 연차를 쓰지 않으면서 근로시간단축이 어렵고, 이 때문에 청년고용이 어려워진다”는 논리를 댔다.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일부 사실만으로 침소봉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능력이 좋은 만큼, 열심히 일한 만큼 보수를 많이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그런데 능력에 따라, 직무에 따라 임금을 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근로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노동계도 주장한 방안이다. 그럼에도 장시간 근로의 원인이 노동자에게 있다는 인식은 일부러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박 회장은 항상 “모두 근로자를 위한 것”이라고 전제를 깐다.

“제가 경총을 맡는 한 경영계가 이익 보는 시도는 안 한다” 혹은 “사용자의 임금지출 총액은 (줄여서는 안 되고) 한 푼도 변화가 없다고 전제하고 주어진 일자리와 임금을 근로자들이 나눠 가져야 한다”는 말을 자주한다.

얼핏 듣기 좋은 말이지만 메시지는 명확한 것 같다. 예컨대 기업들은 비용을 유지하는 대신 투자를 안 할 테니, 노동자들의 임금·수당을 줄이고 대졸 초임을 삭감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우리는 이걸 줄 테니 너희는 이걸 달라”는 일반적인 논리가 아니라 “우리는 아무것도 뺏지 않고 주지도 않을 테니 너희는 이걸 달라”는 희한한 논리다.

뺏지 않겠다는 선언에 노동자들은 감사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결국은 뺏겠다는 얘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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