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언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들 한다. 정보제공·여론형성·의제설정·환경감시·오락 등을 전통적으로 언론의 5대 기능이라고 부른다. 다양한 매체가 쏟아지고 있지만 위와 같은 언론의 기능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노동문제를 대하는 언론은 가장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정보제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 각 주체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있고 과거에 비해 자본이 노동을 압도하는 상황이므로 사실은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여론형성’이나 ‘의제설정’이 될 수 없다.

설 연휴를 보낸 첫날 배달된 신문(2월11일자)을 반갑게 받아들었다. 다양한 소식 속에 낯익은 기자의 이름이 보였다. 문갑식 기자. 기사 제목은 <근로기준법도 안 읽고 ‘쉬운 해고’라니>였다.

문 기자와 개인적으로 인연은 없지만 노동계 선배들로부터 그가 쓴 기사나 글은 읽으려 노력한다고 들었다. 노동과 노동자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지만 그의 넓고 깊은 식견에는 배울점이 많다. 최근에는 그가 쓴 <여행자의 인문학> 단행본도 사무실에 두고 있다.

그런데 위 기사는 언론의 첫 번째 기능에서 크게 벗어났다. 사실이 아닌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평가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는 기사 말미에 노사정 합의 파탄 주범을 “귀조노조”나 “한국노총 일부 노조의 기득권”이라고 주장했다. 전혀 아니지만, 뭐 이런 종류의 평가도 할 수 있다고 본다. 비난이 아닌 주관에 기초한 비판이 아닌가.

문제는 나머지 사실에 관한 내용이다. 문 기자는 9·15 노사정 합의 파기의 이유가 ‘쉬운 해고’인데 근로자 다수는 공부도 않고 그대로 믿는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근로기준법 제2장 근로계약 제15조부터 42조까지 28조문만이라도 읽기(공부)를 권했다.

맞다. 노동자들이 근기법을 읽어 봐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그의 주장처럼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는 해고 등 징계를 매우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

이러한 근기법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노동부는 '공정인사 지침'을 강행했다. 그는 기사에서 '공정인사 지침'에서 정한 절차를 다 밟으려면 몇 년 걸리므로 쉬운 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견 맞는 말처럼 보이지만 전혀 법률적이지 못한 표현이다. 설사 지침 탓에 해고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해도 법률적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행정부의 모든 행정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은 '법치주의'다.

그리고 근기법을 읽어(공부) 보자. 징벌(懲罰)을 전제로 한 해고 등의 제한(제23조)과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제24조)이 전부다. 이외에 공정인사 지침에서 말하는 ‘저성과자 해고’ 관련 조항은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최종적으로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지침을 만들어 시행했다. 그 자체가 위법이고 위헌이다.

무엇보다 노동현장에서 지침이 적용되는 상황은 문 기자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 긴 시간을 할애해 마치 긴급명령이라도 발표하는 것처럼 공중파 방송을 하던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모습이 기억난다. 당시 장관 발표의 취지는 "전환배치와 직무교육을 거친 후라면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노동현장에서 노사가 받아들이는 지침의 모습은 “새로운 해고제도가 도입됐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절차가 아무리 공정하더라도 그렇다.

그는 취업규칙 지침에 대해서는 "자식 둔 근로자는 대개 찬성할 것"이라고 썼다. 근거가 뭔지 알 길이 없다. 간단한 조사·통계 결과라도 인용해야 정상 아닌가. 그저 정부 입장과 동어반복일 뿐이다. 최근까지도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인 기업에서 신규인력을 채용했다는 소식을 거의 듣지 못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이달 14일 '고령화 시대 보고서'를 통해 "고령자 일자리가 적어질수록 청년일자리가 많아진다는 주장의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고 일하는 능력이 나이를 먹을수록 악화된다는 주장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OECD는 특히 “고령자 일자리를 줄여 청년일자리를 만든다는 근거없는 믿음은 고용기회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개혁 노력을 훼손시키고 고령친화적 고용관행 조성을 저해한다”라고 발표했다. '여론형성'과 '의제설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사라면 이 정도 분석은 해야 하지 않겠나.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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