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지난주 눈에 띄는 인기검색어가 있었다. ‘이재웅’과 ‘기본소득’이다. 다음(Daum) 창업자인 이재웅씨가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 기본소득”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이다. 관련 기사에서는 “기본소득은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취업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에게 일정 수준의 생활을 보장하는 소득을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꽤나 유명한, 그것도 성공한 기업인이 이 같은 주장을 했는데, 다소간의 의문도 있다. 경제위기 속 자본주의 붕괴를 막기 위한 궁여지책 아니냐는 주장이다. 자본주의가 한계에 다다른 요즘 같은 상황이 계속다면 초기 자본주의에서 일어난 러다이트운동(기계파괴운동) 이상의 혁명에 준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의 우회적 표현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의문이 있다 하더라도, 이재웅의 제안은 우리 사회에 필요하고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기본소득을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구성원 모두의 폭넓은 동의를 얻어 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 제안에는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이 있어야 발전이 가능하다는 일반적인 경제이론이 담겨져 있기에 적극 동의한다. 무엇보다 자본과 노동의 격차를 더 이상 극대화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한 것이어서 더욱 동의한다. 이를 두고 ‘복지’든, ‘양극화 방지’든 무엇이라 이름 붙여도 상관은 없다.

모든 구성원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한다는 생각은 선진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미 큰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네델란드에서는 기본소득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독일이나 일본 등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제도가 제안되고 있다. 이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기초연금도 연령을 기준으로 한 기본소득의 부분적 도입이라 할 것이다.

최저임금제도는 간접적으로 소비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고 양극화를 방지하는 대표적인 제도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최저임금 인상을 독려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1천엔에서 1천500엔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라는 청년들의 요구가 있었다.

제도로 만드는 데 실패하기는 했지만 몇 년 전 스위스가 시도한 '최고임금제; 또한 위와 같은 제도들과 맥이 닿아 있다. 고임금 임원의 임금 상한을 제한하고 그 대신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보전한다는 취지다. 목적이 너무나 분명하지 않는가. 미국 대선에서도 고소득자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공약한 후보들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최저임금은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최고임금이 된 지 오래다. 최저임금조차 제때 지급하지 않아 체불임금의 상당 부분을 이루고 있고, 그 규모가 수년째 1조원을 훨씬 웃돈다. 기본소득은 고사하고 노동의 정당한 대가마저 제대로 보호해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기업이 발전하면 그 과실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니다. 정부는 이미 '양치기 소년'이 돼 버렸다. 당장 최근 상황을 보자. 늘 그랬듯이 일부 언론에서 줄기차게 경제위기를 외치고 있다. 수출이 지난해보다 무려 18% 급감했다고 호들갑이다. 세계 경제위기 당시보다 좋지 않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평가는 다양하다.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우리나라는 무려 1천억달러 넘는 무역흑자를 냈다. 어려운 세계경제 환경 속에서 이만한 성과를 낸 나라는 없다고 봐도 좋다고 한다. 아마 국가 재정(세수세입)도 담배값 인상 덕에 균형을 이뤘을 것이다.

결국 정부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1천억달러나 되는 많은 돈을 벌었고 국가재정도 나쁘지 않지만 그 돈이 간 곳이 없다는 말이 되고 만다. 이를 두고 어떤 전문가는 “아버지는 많이 벌어 왔는데 가족들은 여전히 가난하다”고 표현했다. 게다가 정부는 살림이 어렵다는 핑계로 노동자들(가족들)의 허리띠를 조르고 있다. 적든 많든 수익이 났다면 구성원들에게 정당하게 분배하는 게 먼저다. 기본소득도 그런 개념 아니겠는가.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