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사건에서 ‘신의성실의 원칙’ 기준을 논의하기 시작한 뒤 노동자 패소판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용자의 신의칙 항변을 배척한 하급심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31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전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이원범 판사)는 최근 ㈜다스 소속 노동자 3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 항소심에서 회사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원심을 재확인했다.

다스는 단체협약에 따라 750~800%의 정기상여금을 짝수달과 11월, 설·추석 명절에 지급해 왔다. 재판부는 “일정 기간을 단위로 주기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동일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며, 통상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지급된다”며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다스는 지금까지 정기상여금을 포함하지 않은 ‘약정 통상임금’을 기초로 법정수당을 지급해 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더라도 그 합의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서 관심을 끈 대목은 재판부가 사용자측이 제기한 신의칙 항변을 받아들이느냐 여부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신의칙 기준을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하급심 판결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주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더라도, 소급분을 지급할 경우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된다”는 내용이다. 최근에 나온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과 ㈜만도의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이 대표적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다스)는 2009년도 208억원·2010년 154억원·2011년 332억원·2012년 303억원·2013년 5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2014년에는 이 사건 1심 판결에 따라 조합원 1천52명에게 추가로 지급할 법정수당을 제외하고도 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며 “피고가 전체 조합원 1천52명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할 법정수당과 중간정산퇴직금 총 177억원은 피고의 2009년~2013년 당기순이익 합계의 13%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거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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